‘4·3 추념식’ 패스한 尹대통령…역대 정부 살펴보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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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첫 참석, 文은 3번 발걸음…MB·朴은 한 번도 참석 안 해
대통령실 ‘일정 탓 불참’에 野 “대구서 야구 보면서 제주 외면”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제주 4·3 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4·3 유가족들은 ‘올해는 대통령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해 달라’고 지난 7일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일정 등을 이유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야권 일각에선 ‘윤석열 정권의 4·3 관련 약속은 거짓’이란 강한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 인사들까지 대거 불참을 통보하면서다.

지난해 4월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 74회 4.3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당선인이 분향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회 4.3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당선인이 분향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역대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추념식에 참석한 사례는 진보 정권에서만 있었다. 보수정권 대통령들은 임기 중은 물론 당선인 신분일 때도 4·3 추념식을 찾지 않았다. 보수 정당의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4·3 추념식 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대통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0월 제주를 찾아 4·3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잘못을 유가족 앞에서 공식 사과했다. 이후 그는 2006년 국가수장으로서 사상 처음 추념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후 집권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달랐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임기 내 한 번도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박근혜 정부은 4·3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복지 증진을 추진했다. 당시 국회에서 2013년 4·3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생활지원금을 보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제주 4·3을 국가 추념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당해 추념 행사에는 불참해 ‘아이러니(모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역대 대통령 중 두 번째로 4·3 추념식을 찾은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또 “국가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대통령으로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총 3차례(2018·2020·2021년)나 추념식에 참석하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이 추념식을 찾은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임기가 종료된 후에도 가급적 매년 혹은 격년으로 추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실제 올해 추념식에 문 전 대통령이 참석, 약속을 지킨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 “尹 선거 때만 제주 4·3 이용” 비판

4·3을 기리겠다고 약속한 윤 대통령이 추모식에는 불참하자, 민주당은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다”며 “대구는 괜찮고 내일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이 보듬는 제주의 아픔을 현직 대통령은 외면하겠다는 것인지 답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여당이 선거 때만 제주 4·3을 이용했다고도 직격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제주도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인데 이제 와서 제주 도민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놓고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니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끌어안을 수 있는, 진실에 더 다가가기 위한 권력 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정부를 겨냥해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 바뀐 이후에 같은 국민을 간첩이나 용공분자로 몰아서 극단적인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추념식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다. 여권에선 김병민 최고위원과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다. 반면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현장 최고위를 제주에서 열고 4.3 추념식에 전원 참석한다. 다만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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