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양곡법 거부’에…與 “당연한 결정” vs 野 “정권은 끝”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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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1호 거부권’ 둘러싼 여야 공방전 가열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1호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자 여야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당연한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은 끝났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때”라고 직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의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농업 경쟁력 저하’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게 명약관화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밀어붙이려는 ‘양곡관리법’은 궁극적으로 농민들을 더욱 어렵게 할 ‘농가파탄법’”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탄핵까지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도 “‘탄핵 위협’ 중독에 빠진 민주당의 금단증상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가히 입만 ‘뻥긋’하면 ‘탄핵’”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엔 ‘탄핵’ 두 글자만 들어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김 대표의 주장에 가세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목적과 절차에서 모두 실패한 악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곡관리법이 그렇게 좋은 개정안이라면 민주당은 과반의석을 차지하고도 왜 문재인 정권 때 통과시키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쌀값정상화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쌀값정상화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은 전날 ‘삭발 시위’의 열기를 이날도 이어갔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농해수위 위원들, 전국농어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정상화법’을 거부하여 국민의 뜻을 무시한 윤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쌀값 정상화법은 정부가 적극적인 쌀 생산 조정을 통해 남는 쌀이 없게 하려는 ‘남는 쌀 방지법’이고, 쌀값 폭락 경우를 대비해 농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장관을 향해 “쌀 생산 조정의 효과를 축소해 여당 의원조차 의구심을 표명한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윤 대통령에게 왜곡 보고를 했고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며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 정권은 끝났다”며 “이제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차례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3월23일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불만을 드러내며 이날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사실상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셈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5월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7년 만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299명)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정의당을 비롯한 야권의 모든 의원들을 모아도 가결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당인 국민의힘(115석) 의석수만으로 3분의 1이 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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