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도 컬렉터가 될 수 있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9 13:05
  • 호수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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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애널리스트 출신 아트 컬렉터 김정환의 《어쩌다 컬렉터》

미술시장과 주식시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두 영역은 차이점도 있지만, 명확히 다른 점도 있다. 만약 워런 버핏이라면 가치를 보는 현명한 눈을 요구할 것이고, 투자 AI라면 긴 안목을 가지고 세상에서 부각되는 키워드를 찾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도 큰 차이는 없다. 애널리스트이면서 예술작품 100점을 수집한 아트 컬렉터로 알려진 김정환 대표는 그 세계를 움직이는 일을 좋아하고 즐긴다.

“샐러리맨의 삶은 고단하다. 힘들고 때론 벗어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수집한 작품들이 그 시간을 견디게 했다. 그것은 척박한 삶을 기꺼이 영위하게 만드는 주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결국 예술작품은 김 대표에게 삶의 활기뿐만 아니라 투자를 위해 각 나라를 방문할 때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준 셈이다. 저자는 자신의 아트 컬렉터 도전기를 시작으로 미술시장 이해하기, 컬렉터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 주의 사항, 시장 탐색 등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또 각 파트의 끝에는 ‘내 마음의 작가, 내 곁의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작가들과 작품을 배열해 독자들의 시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미술작품 수집 가능

한눈에도 뛰어난 재능이 보이는 미술품도 있지만, 지금은 변기를 뒤집어 놓은 것도 작품이 되는 마르셀 뒤샹까지 다양한 예술 세계가 있기 때문에 미술시장을 이해하는 것은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저자는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지수 등의 기법을 통해 미술시장을 설명해 간다.

사람들이 미술작품 수집을 말하면 언감생심이라면서 자신의 주머니를 털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90%는 500만원 이하의 작품들이라며, 미술에 애정이 있다면 직장인들도 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테리어 비용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거실에 걸어두는 작품만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면 충분히 주목할 말이다. 또 우체국 직원과 도서관 사서인 허버트 보겔 부부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술 개미가, 미술계의 큰손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곳은 4번째 파트인 미술품을 수집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이다. 수많은 위작이 존재하고, 챗GPT라는 창작 괴물이 등장하면서 예술에 대한 경계를 가늠하는 일은 이제 쉬운 영역이 아니다. 일을 익히는 데 10년 정도에 1만 시간을 쓰라는 법칙이 있는데, 미술 애호는 30년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경제학자 케인스의 조언도 소개한다.

어떻든 케인스는 지금 가치로 60만 파운드를 투자해 7090만 파운드 가치의 작품을 소장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국 주식시장의 수익률보다 0.1% 낮은 수치라는 것도 사실이다. 책은 억지로 컬렉터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지 않는다. 다만 월간 《까마》의 편집위원으로 작가들을 만나면서 인터뷰도 했던 저자가 미술 세계를 조곤조곤 설명하는 책이다. 또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넓은 시선을 갖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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