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후원방문판매 ‘성장판’은 왜 갑자기 멈췄나
  • 정예재 법무사·《네트워크 마케팅 바로 알기》저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1 10:05
  • 호수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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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방판으로 불리며 지난 10년간 고속 성장했지만 
지나친 규제와 법적 사각지대 악용한 일부 업체 일탈로 내리막길

‘후원방문판매’라는 특수판매업종이 우리 법에 규정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이 업종에 관해 아직도 생소해하는 분이 많은데,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코웨이, 풀무원생활건강, 보람상조 그리고 최근 시사저널 보도로 이슈가 된 리만코리아(시사저널 제1746호 [단독] 후원방문판매 업계 1위 회사 고속성장의 명과 암 기사 참조) 등이 선택한 사업방식이다. 우리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방문판매,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등 총 6종의 특수판매를 하나의 법률로 규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는 1991년 방문판매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하던 사업방식이다. 후원방문판매가 이 법에 처음 규정된 것은 2012년부터다.

ⓒ연합뉴스
2022년 2월24일 서울 중구 민생사법경찰단에서 수사관이 1300억원대 불법 다단계 코인 판매조직 검거 브리핑에 앞서 수사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법의 회색지대에 놓인 후원방문판매 

2012년 이전에는 후원방문판매라는 사업 형태가 존재하지 않았다. 다단계판매에 관한 엄격한 법 규정을 위반하며 영업을 하던 소위 ‘무늬만 방판’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후원방문판매다. 형식은 규제가 약한 방문판매로 신고하고 실제로는 수당지급 방법 등이 좀 더 매력적이라 여겨지는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영업하던 불법적인 업체들을 업계에서는 ‘무늬만 방판’이나 ‘신방판’이라 불렀다. 감독기관은 이런 불법 업체들을 수시로 적발해 처벌해 왔지만 그 숫자는 줄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고민하던 정부 당국은 이들을 규제하고 또 양성화하는 방법으로 2012년 방문판매법을 개정해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중간지대에 후원방문판매라는 새로운 업종을 마련했던 것이다.

후원방문판매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큰 변화를 보여왔다. 수치상으로 이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3년 2653개였던 업체 수는 2021년 5472개로, 2013년 32만8000명이던 소속 판매원 수는 2021년 85만3000명으로 그리고 2013년 2조321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2조9938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런 외형성장과 달리 실질적인 성장을 이뤘다고 말할 수 없다. 후원방문판매 시장을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리만코리아의 성장 결과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리만코리아의 사업 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판매원 1인당 매출액, 판매원들의 평균 수당, 수당의 상위편중률 등 여러 수치는 다른 후원방문판매 업체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리만코리아의 사업방식이 다른 후원방문판매 업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등록업체 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4년 2852개까지 늘어났던 업체 수는 감소와 증가를 반복하다 2020년 3130개, 2021년 5472개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처럼 등록업체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2020년 리만코리아가 대리점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개별 대리점을 별개의 후원방문판매 업체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위 등록업체 수에서 리만코리아의 대리점 수(2020년 1378개, 2021년 3769개)를 빼보면 나머지 등록업체 수는 1700여 개 정도로 전년보다 대폭 감소한 수치다. 후원방문판매 업체 전체에 소속된 판매원 수도 30만 명대에서 증감을 반복하다가 2020년 69만8000명, 2021년 85만3000명까지 크게 증가했다. 이 수치에서 리만코리아의 판매원 수(2020년 37만4000명, 2021년 59만 명)를 빼보면, 나머지 업체들의 판매원 수도 2020년 32만3000명, 2021년 26만2000명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16년 3조3417억원까지 성장했던 업계 총매출액도 2017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해 2021년 매출액은 2조9938억원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여기에서 리만코리아의 매출액 7154억원을 빼보면, 나머지 업체들의 매출액은 2조2784억원으로, 후원방문판매 사업방식 도입 초기에 성장했던 매출액은 2017년 이후 크게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만코리아를 제외한 후원방문판매 시장이 이처럼 크게 위축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후원방문판매가 도입되면서 많은 업체가 새로운 업종에 대한 기대를 품고 이 사업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사업 형태를 실제로 적용해본 결과 분명한 한계가 확인됐다. 가장 큰 문제는 후원방문판매라는 사업방식의 장점이 처음 기대와 달리 그리 크지 않은 데 비해, 이 업종에 대한 규제는 다단계판매에 준할 정도로 엄격하다는 점이다. 업체나 판매원 모두에게 매력적인 사업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리만코리아를 제외한 업체 가운데 95.4%가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기 위해 소위 옴니트리션 기준(제품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된 비율이 70% 이상인 경우)을 갖추고 있지만, 이런 업체들조차도 다단계판매보다 더 높은 비율의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후원방문판매 전체 5472개 업체 중에서 매출액 대비 35% 이상의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업체는 1.9%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업체나 판매원이 이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제도적 보완 필요 

후원방문판매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몇몇 부작용도 이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늬만 방판’을 구제하기 위해 후원방문판매 제도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불법적으로 사업하는 업체가 많다. 방문판매나 일반판매로 신고하고 후원방문판매나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사업하는 경우와 후원방문판매로 등록하고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다. 감독기관에서는 이런 불법 업체들을 수시로 적발해 처벌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2년 7월 후원방문판매 업체로 등록하고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수당을 지급한 6개 업체를 적발해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또한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기 위해 소위 옴니트리션 기준을 편법적으로 맞추는 업체들이 있다. 직업적 판매원을 통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다단계판매처럼 판매원 모집 위주로 사업을 하는 업체의 경우 이 기준을 넘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판매원 자격 취득을 위해 또는 승급을 위해 과도한 제품 구매를 요구하는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근래에 새로 진입하는 화장품 판매업체 중에 이런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전문적으로 제품을 판매한 경험이 없는 다수의 판매원은 구매한 제품을 팔지 못해 인터넷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처분한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현혹돼 가입한 판매원들만 빚더미에 앉는 피해를 보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초고속 성장하는 리만코리아의 사례를 보면서 후원방문판매에 진입하고자 고민하는 회사가 다수 있었다. 파이진글로벌과 웅진헬스원은 다단계판매에서 후원방문판매로 전환한 사례다. 하지만 이 시장의 매출이 지난 5년 연속 감소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업체가 이 시장 진입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러한 침체 상태를 벗어나 후원방문판매 시장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단계판매 방식의 편법 운영만 엄격히 통제할 수 있다면 다른 면에서의 규제는 완화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과도한 매출을 요구하는 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함으로써 판매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후원방문판매 업체나 판매원들도 사재기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재기를 유발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등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관계 당국과 업체 그리고 판매원들이 함께 노력할 때 새롭게 도입된 후원방문판매 시장은 그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정예재 법무사는 누구

정예재 법무사는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5년 넘게 법무사로서 법률 분야에 종사했다. 특히 불법 피라미드 다단계에 걸린 피해자들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여러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사업자들과 교류하면서 네트워크 마케팅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관한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정예재 법무사가 2015년 집필한 《네트워크 마케팅 바로알기》가 그것이다. 이 책은 네트워크 마케팅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다각적으로 밝히며 이 사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나아가 네트워크 마케팅이 어떤 장점과 가치를 갖고 있는 사업인지 그리고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발전해갈 것인지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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