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불이 영광으로 간데…아이고 다행”…광주시장 또 실언 논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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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구설 파문’ 강기정 시장, 4일 식목행사서 또 말실수 논란
‘함평 산불, 광주로 오지 않고 영광으로 향해 다행’ 속내 밝혀
시민 “재난 갖고 장난치는 것이냐…농담이라도 부적절” 비판

강기정 광주시장이 한 식목 행사장에서 재난 상황을 두고 악담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시장은 전날 전남 함평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새 광주로 넘어오지 않고 영광 방향으로 번져 다행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발언의 속뜻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겠지만 논란 자체만으로 광주시엔 날벼락이다. 가뜩이나 강 시장의 잇단 발언 파문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광주시에 한 가지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강기정 광주시장 ⓒ페이스북
강기정 광주시장 ⓒ페이스북

바람 잘 날 없는 광주시…‘악재’ 추가 

강 시장은 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첨단생태공원에서 지역 사회봉사단체 회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도심 속 기후극복 나무심기사업’ 행사에 참석했다. 사달은 축사에 나선 강 시장이 ‘식목 못지않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전날 발생한 함평지역 산불을 예로 들면서 났다. 

강 시장이 이날 행사에서 한 말이다. “어제(저녁) 함평군수 한테 전화를 드렸어요. 함평에 불난지도 사실은 몰랐어요. 우리 지역이 아니다보니까. 저녁에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는데 불이 광주로 넘어온다고 하는 거여요. 바람에. 그래서 함평(상황)이 걱정됐어요, 사실은. 광주로 불 넘어오면 또 내가 나가야 된다고 걱정되는 순간에 (전화를) 드렸더니 뭐라고 하시냐면 (군수께서)광주는 걱정 없고 (산불이)영광으로 간다고 해서 제 속마음이 아이고 다행이다….” 

국어사전에서 ‘다행’은 뜻밖에 일이 잘돼 운이 좋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강 시장의 발언을 여기에 대입하면 ‘뜻밖에 함평에서 발화된 산불이 광주로 넘어오지 않고 영광 쪽으로 향하는 바람에 퇴근 후 다시 산불현장에 나가지 않게 돼 운이 좋았다’가 된다. 

 

시민들 ‘어이없다’ 반응…“산불 진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에 대해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인접지역 긴급재난에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협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재난이 타 지역으로 비켜가 다행이라는 식의 사고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웃인 전남의 인접 시군과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광주시장으로서, 지자체 재난 최고책임자 직책으로서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광주 시민 김숙희(45·광주 북구)씨는 “산불이 광주만 비켜 가면 다른 지역으로는 번져도 괜찮다는 말이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난을 갖고 장난치는 것이냐. 광주시장의 인식에 할 말을 잃었다”며 “설령 농담이나 덕담이라도 해도 부적절하다”고 성토했다. 

4월 4일 오전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대동저수지 인근에서 소방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4월 4일 오전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대동저수지 인근에서 소방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와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강 시장과 함평군수가 전화 통화한 시간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3일 오후 10시 30분에 함평의 산불 대응단계가 3단계로 상향됐다. 이날 낮 12시19분께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대동저수지 일대에서 양봉장 불씨가 산림으로 비화해 발생한 산불이 밤새 이어졌다. 

당시 함평지역 일부 주민들은 산불을 피해 경로당으로 대피하는 등 군민들은 큰 피해 없이 산불이 진화되길 바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함평과 인접한 영광지역 주민 또한 강풍에 불씨가 옮겨 붙을까 봐 안절부절 못했다. 이 불로 현재까지 공장 4동, 축사 2개소, 비닐하우스 2개소가 전소됐고 주민 43명이 백운경로당 등 3개소로 대피했다.

화마는 발화지점인 함평 대동면에서 신광면 방향으로 번졌고, 이곳과 영광군 불갑면이 맞붙어 있다. 따져보면 이날 산불은 애초부터 방향이 반대인 광주로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런데도 강 시장이 굳이 이날 행사에서 산불 얘기를 꺼냈다. 축사 전후 맥락을 보면 식재 후 나무 돌보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다가 실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잇단 문제적 발언…광주·전남 상생에 ‘찬물’

강 시장의 발언 파문은 이번뿐만 아니다. 강 시장은 최근 한 언론사 행사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을 수용하는 듯한 말로 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와 도의회가 강 시장의 ‘함평군 광주시 편입 주장’에 거세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기관 2차 이전 간담회에서 ”광주 군공항을 무안공항에 통합시켜 그곳에 한국공항공사를 유치하겠다“고 발언해 무안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다. 광주전남연구원이 분리 수순을 밟은 것도 강 시장의 검토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강 시장의 ‘좌충우돌’ 행보가 시정에 짐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 간 갈등을 키우며 광주전남 상생발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직 공무원은 “광주와 전남이 상생해도 모자랄 판에 142만 시민을 대표하는 광주시장이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듯 잇단 문제적 발언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 강기정 시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계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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