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어떻게 새로운 얼굴을 길어 올렸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1 11:05
  • 호수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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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배우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 비춘 《더 글로리》
《오징어 게임》 《소년심판》 《지옥》 등에서 두각 나타낸 조연들
굵직한 차기작으로 연기력 입증하며 도약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주연배우인 송혜교뿐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한국 배우를 전 세계에 알린 영광스러운 작품이 됐다. 3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부문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이어간 덕에, 대중이 출연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할 시간도 길어졌다. 드라마는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열연한 조연배우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주인공 동은의 손을 잡고 연대하는 조력자 현남 역을 맡은 배우 엄혜란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복합적인 감정을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고, 이미 여러 독립영화를 통해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여온 안소요는 경란이라는 역할을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넷플릭스의 아들’이라 불리는 송강처럼 극의 주연을 맡으며 떠오른 라이징 스타도 있고(《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홈》), 구교환처럼 특유의 이미지를 주연을 통해 녹여내며 대중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로 각인된 인물도 있지만(《D.P.》), 조연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작품의 퀄리티를 높인 ‘숨은 주역’들이 넷플릭스 시리즈에는 존재해 왔다. 독립영화에서 상업영화로, 숨겨진 원석에서 빛나는 보석으로 대중 앞에 선 배우들은 또 다른 굵직한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연기를 세상에 내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의 뜨거운 조연으로 대중에게 기억된 배우들과 차기작들을 살펴봤다.

《소년심판》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연. 최근 《길복순》의 킬러 연습생 영지 역을 맡아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소년심판》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연. 최근 《길복순》의 킬러 연습생 영지 역을 맡아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캐스팅의 과감성…연기력 있는 배우가 몰입도 높여

지난해 공개된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며 마주하는 소년범죄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려냈다. 문신이 가득한 얼굴로 극의 몰입감을 높인 10대 소년범 백성우 역할은 20대 후반의 여배우 이연이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동안 《거북이가 죽었다》 《절해고도》 등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통해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 이연은 넷플릭스 시리즈를 통해 시청자들과 본격적으로 가까워졌다. 판사 역을 맡았던 김혜수는 이연에 대해 “성별이나 나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에너지나 저력이 있는 배우”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연은 뒤이어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전도연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고,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킬러 연습생 김영지로 다시 등장해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길복순》과 같은 날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도 말수가 적고 주눅 들어있는 노애설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바 있다. 2023년 상반기에만 네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더하며 지금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 글로리》에서 경란 역(위)을 맡은 안소요는 《인 허 플레이스》 《축복의 집》 (아래) 등 독립영화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다.
《더 글로리》에서 경란 역(위)을 맡은 안소요는 《인 허 플레이스》 《축복의 집》 (아래) 등 독립영화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다. ⓒ넷플릭스·필름다빈

《더 글로리》에서 복수의 중요한 키를 쥔 학교폭력 피해자 경란을 연기한 안소요는 《인 허 플레이스》 《축복의 집》 등 다수의 독립영화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독립영화 유망주’다. 2014년 토론토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인 허 플레이스》가 안소요의 데뷔작이다. 지난해 공개된 첫 주연작 《축복의 집》에서는 대사와 표정이 극히 배제된 작품임에도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그 저력을 입증했다. 《더 글로리》에 이은 안소요의 차기작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남남》이다.

캐스팅의 과감성은 소재의 다양성과 더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장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이다. 기존에 쉽게 보지 못했던 얼굴을 캐스팅해 신선함을 강조하지만, 독립영화나 연극 등에서 활약해온 저력 있는 인물들을 끌어오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대중과의 접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지옥》에서 박정자로 열연한 배우 김신록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지옥》에서 박정자로 열연한 배우 김신록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넷플릭스·JTBC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의 숨겨진 주인공이라고도 불리는 김신록은 2004년 데뷔 이후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베테랑 배우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매체 연기를 시작했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며 진행되는 이야기다. 이 시리즈에서 김신록은 《지옥》의 새로운 세계관을 열고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했다. 어린 자식들 앞에서 갑작스럽게 지옥행 선고를 받은 후, 자식들을 위해 거액의 돈을 받고 시연 생중계에 참여하는 박정자를 연기했다.

그는 20년에 가까운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공포감과 모성애를 절절하게 그려냈다. 이미 tvN 드라마 《방법》을 통해 김신록의 연기를 봐온 연상호 감독은 “(박정자의) 시연 직전의 연기는 《지옥》의 모든 부분을 관통하는 연기”라며 극찬했다. 김신록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에도 연극 무대에 섰고,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통해 1인 16역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의 고명딸 진화영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며 글로벌이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스위트홈》 시즌2,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형사록》 시즌2, 《무빙》 등 예고된 필모도 가득하다.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글로벌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이유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글로벌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이유미 ⓒ넷플릭스

눈도장 찍은 배우들, 글로벌 배우로도 두각

시리즈를 통해 눈도장을 찍은 배우들은 글로벌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오징어 게임》에서 자신을 학대하고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옥살이를 한 후 게임에 참가한 지영 역할을 맡은 이유미는 아역부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다. 새벽과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결국 구슬치기 게임을 통해 자신을 희생하는 안타까운 인물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나연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후 tvN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을 통해 성인이 된 후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9월 이유미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여우게스트상을 수상했다. 게스트상은 출연시간이 5~50%에 해당하는 배우를 대상으로 주어지는 상으로, 비영어권 드라마의 에미상 수상은 처음이었다. 이유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넥스트 제너레이션 리더’에 한국 배우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대세 배우가 됐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스위트홈》을 통해 도약한 이도현은 《더 글로리》의 주여정 역을 맡으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입증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통해 도약한 이도현은 《더 글로리》의 주여정 역을 맡으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입증했다. ⓒ넷플릭스

2020년 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은 신인 배우를 대거 알린 작품으로 꼽힌다. 주연을 맡았던 배우 송강 외에도 이도현, 고민시, 고윤정 등 신인급 배우들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미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여고생의 혼령으로 등장했던 고윤정을 대중에게 부각시킨 작품이 《스위트홈》이다. 고윤정은 이후 영화 《헌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입성했고, tvN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를 통해 대세 반열에 올랐다. 여자 주인공 교체라는 무게감을 안고 시작한 《환혼》에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우려를 지워낸 그의 차기작은 디즈니플러스의 대작 《무빙》이다.

당시 데뷔 4년 차 배우 이도현도 《스위트홈》을 통해 재발견됐다. 넷플릭스로의 첫발을 이 작품으로 내디딘 이도현은 극 중 비상한 머리와 빠른 상황 판단으로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는 인물인 은혁을 연기했고, ‘주목할 만한 20대 배우’로 대중에게 기억됐다. 그리고 《더 글로리》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다. 성형외과 의사이자 주인공 문동은의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한 그는 ‘칼춤 추는 다정한 망나니’ 주여정의 다면적인 모습을 안정적인 연기를 통해 그려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최근 JTBC 《나쁜 엄마》로 차기작 소식을 전하며 본격적인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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