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이재명, 당과 의원 뒤에 숨지 말고 지도자답게 결단해야”
  • 김종일·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0 07:35
  • 호수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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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신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쓴소리
“당직 개편은 단기 처방…‘방탄’ 고리 못 벗으면 내년 총선 어려워”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방탄정당이라는 고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연일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4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방탄 프레임을 벗지 않고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 대표가 더 이상 당이나 의원들 뒤에 숨어서는 안 되고, 지도자답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행보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반성을 촉구해온 대표적인 소신파다. 대선 패배 후 당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를 경계했고, 이후 방탄정당과 내로남불’, 극성 팬덤정치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서 민주당 내부 혼란의 원인과 해결책,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최근까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 등을 들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 대표가 결국 기소됐다. 민주당이 최근 당직 개편으로 당내 혼란 수습에 나섰지만, ‘방탄정당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보나.

당직 개편은 단기 처방일 뿐이다. 당직자들의 실수로 당이 혼란에 빠진 게 아니라 당대표가 짊어지고 있는 사법적인 문제 때문에 생겨난 혼란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당직 개편이 민심 수습을 위한 것이었는지, 당내 반발 세력을 수습하려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최근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압박이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줄곧 일관된 주장을 해왔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 민주당을 방탄 정당으로 보고 있다. 이 고리를 벗어나려면 이 대표가 본인의 처신과 관련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을 택해야 한다. 당이나 의원들 뒤에 숨지 말고 지도자답게 결단해야 한다.” 

이 대표가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오히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수사와 체포동의안 내용이 엉성하고, 이 대표도 혐의가 없다고 자신하니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지 않겠나.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맹공을 퍼부은 것도 기획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컸기 때문이다. 검찰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혐의에 대해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달라더니 91일 동안 기소하지 않았고, 이 기간 노 의원을 단 한 차례도 불러서 수사하지 않았다. 정치수사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로 넘어온다면 표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모르는 일이다.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의 여론 등을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최근 당직 개편을 통해 당내 비주류 일부가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안전판을 만들려 한 것 같은데, 그 부분이 효과를 거둘지 드러날 것이다.” 

“’내로남불정치에 앞장서다가 얼굴만 바꾼다고 당이 달라지겠나

민주당이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는데 어떻게 예상하나.

지난 대선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1%도 안 되는 차이로 승패가 갈린다. 당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유권자들이 있다. ‘내로남불정치나 방탄정당화에 실망하는 사람들, 도덕적으로 민감하고 가치가 소중한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2~3%만 넘어가도 지는 거다. 나라 팔아먹을 대통령을 견제하라며 찍어줄 수 있겠지만, 도저히 방탄정당은 찍을 수 없다고 결론 내리면 민주당은 위태로워진다. 우리 약점은 최소화하고 그들의 단점은 극대화하는,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놔야 한다.” 

소신발언을 이어오면서 개딸이라고 불리는 이 대표의 극성 팬덤 지지층의 주된 공격 대상이 됐다. 연이은 공격에도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내로남불해서는 안 되고,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얄팍한 태도를 보이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없는 것 아닌가. 당 지도부가 되겠다고 작심하고 그 뜻을 드러낸 마당에 박용진이 대통령 후보가 되거나 당대표가 되면 우리 당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는 걸 의원들과 지지자들,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너무 당연하다. 조국 수호에 목매고 내로남불 정치에 앞장서다가 얼굴만 바꿔서 나온다고 당이 달라지겠나.”

내년 총선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차기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당의 민주적인 운영,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지도부 구성이 중요하다. 친명(親明) 일색의 당 지도부가 지금의 악화된 상황을 만들었다고 본다. 다른 견해와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부가 들어서는 것이 전체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집단 내에서의 단결이 최고의 무기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의견은.

지금이 최악이다. 어떻게 바뀌든 지금보단 나을 것이다. 소선거구제에 기반한 현 선거제도를 통해서는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국회가 구성될 수밖에 없고 진영논리를 만들어 끊임없이 갈등만 유발하게 된다.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 개혁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정치적 다양성, 둘째는 지역구도 타파다. 영남에서 민주당이 당선되고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당선될 수 있는 구도, 소수정당도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진출할 수 있고 적어도 자기 목소리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두 가지 안 모두 이에 맞는 방향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대통령은 불안 그 자체태평한 국무총리와 말장난하는 법무부 장관

최근 한일 외교회담 후폭풍이 상당하다. 무엇이 가장 문제였고, 어떤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했나.

한일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관계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우리의 계획과 필요, 주도성이 사라졌다. 아무런 장기적 전망도 갖지 못한 채 일본에 일방적으로 내준 후 일본 정부의 선의만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우리가 좋은 일 했으니 일본도 좋은 일 할 거야라는 하수 중 하수라고 볼 수 있는 외교적 접근방법을 선보이고는 잘했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검역주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점이 문제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중에 오염수 방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오염수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망언에 가까운 실언을 하고 왔다는 보도인데, 이에 대한 대처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총리에게 관련 질의를 했을 때 당연히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정정보도 요청을 했다는 답변이 나올 줄 알았는데, 외교라인을 통해 했다고 하니 국민들은 대통령이 실제로 그런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장관과의 첫 대면이 화제였다. 어땠나.

한 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에게 답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의원들과 말싸움을 해서 이기려고만 하는 듯해 안타까웠다.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과 관련한 질의에 말돌리기로 일관하며 답을 회피했는데, 상식적인 언어로 질문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어떻게 보는가.

양곡법은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해 왔고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법안이다. 국회에서의 논의가 부족하고 결과도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부족한 민주주의나마 작동되는 것이 맞지, ‘불안한 권한 행사가 행해져선 안 된다. 국회에서 논의 절차가 끝난 법안에 대통령이 일언지하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안한 권한 행사로, 전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민심이 떠나는 이유와 민심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히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통령이 불안 그 자체이고, 여당에선 그야말로 윤심(尹心)이 단일대오로 움직이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국민들의 실망을 낳고 있다고 본다. 국민들 시각에서 짚어보자면, 정치가 자기 고집대로 밀어붙이고 큰소리치면 되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고, 국회 와서 말장난이나 하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고, 또 그 모든 걸 무력하고 태평하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국무총리다. 윤 대통령은 대화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민주주의의 백미는 다른 이야기를 듣는 건데, 남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을 다시 한번 봤으면 좋겠다. 무슨 의미인 줄 알고 공약을 내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되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그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려보면 지금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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