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현실은 ‘우영우’와 달라”…장애인 교육권 보장할 법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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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법 개정안 통과…장애 유형별 맞춤 프로그램 운영 의무화
홍석준 “배움은 학교에서 끝이 아냐…장애인에 기회 더 마련될 것”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주인공인 우영우 같은 서번트 증후군(자폐성 장애의 보상기제로 뇌의 특정 부분이 발달해 탁월한 기억력이나 예술적 재능을 보이는 증상)은 10%에 불과해요. 거기다 교육비도 얼마나 많이 드는데요. 특수학교에서 하루 3시간만 수업하는데 월 150만원이나 들어요. 특히 같이 수업 듣는 청각장애인 아이들은 보조 장비 비용까지 합치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 교육을 사비로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김지훈(18·가명)군의 어머니 신아무개(52)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신씨는 막내아들 김군을 불철주야 돌보기 위해 직장도 포기했다. 대신 비교적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콜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생업을 놓기엔 김군에게 드는 특수교육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어서다. 신씨는 장애인 봉사단체에서 만나는 학부모들의 화두도 ‘교육비’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생계가 어려운 가정일수록 장애인 ‘평생교육’은 꿈도 못 꾸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테면 청각장애인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할 경우 수어통역과 보조 장비 구입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그리고 그 모든 비용이 본인의 몫이다. 그렇다 보니 경제적 부담으로 평생교육을 포기하는 장애인들도 많다.

여기에 장애인 평생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장애인의 평생교육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 ‘장애인 평생교육 현황과 개선과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장애인의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이 부족한 점이 꼽혔다. 또 장애인 평생교육 참여 활성화에 필요한 기반과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은 현실도 거론됐다.

물론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법은 존재한다. 현행 ‘평생교육법’에선 평생교육의 진흥에 대한 제도적 운영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에선 평생교육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미비하다. 이 같은 허점으로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ENA 제공<br>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ENA 제공

‘장애인 평생교육법’ 국회서 통과…“차별 없이 평생교육 지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도 발 벗고 나섰다. 장애인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애인 평생교육법’(평생교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해당 법은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서 장애유형별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도 균등한 평생교육의 기회와 차별 없는 지원을 받도록 하려는 취지다.

장애인 평생교육법 원안 중 하나를 대표 발의했던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홍 의원은 “기존의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장애인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더 많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홍 의원의 일문일답.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장애인 평생교육법을 발의한 계기가 궁금하다.

“배움은 학교에서 끝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학교 이후의 배움은 특히 중요하다. 그런 평생교육의 근거가 평생교육법에 있다. 하지만 평생교육법은 비장애인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장애인의 배움의 기회는 적다. 이건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생교육법 개정안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장애인까지 포함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장애인 관련 정책에 유독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사회 약자에 대한 복지를 신경 써야 한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 약자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불편한 장애인도 사회적 약자다. 비장애인은 당연히 여겨지는 것이 장애인에겐 엄청난 장벽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장애인이 편하게 사회생활하면서 본인의 여러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입장에선 법 통과로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달라지는지.

“배움의 기회가 더 많이 마련될 것이다. 지자체마다 평생교육을 전담하는 기관들이 있다. 이러한 곳에서 프로그램을 짤 때 반드시 장애인을 고려하게 했다. 장애 유형마다 맞춤형 프로그램을 짜고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엔 성인들도 많이 이용할 것이다. 또 외국어·기술·문화예술 등 과목들도 다양해질 것이다. 장애인 대상으로 어떤 교육이 어떻게 적합할지 기관마다 판단해서 운영할 것이다.”

장애인 이슈 외에 추가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대한민국의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고 어린 친구들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서 이런 분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 중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거나 시설에 있는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사회복지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또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을 위한 법도 냈다. 과거에는 미취학 학생 중 불량한 행동으로 퇴학당한 친구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기 스스로 자발적으로 공부하려는 친구들도 많다. 그럼에도 국가적 관심은 부족하다. 그래서 학교 외부 청소년 센터를 모든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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