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의 ‘위태로운 외교’…美에 다 내주고 올지도”
  • 김종일·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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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짚는 외교안보 환경
“지금 대외 리스크보다 尹 대통령 안보의식이 더 위태로워”
“尹 ‘초보외교’ 불안해 못 볼 지경…한동훈은 위험한 발언”

"우리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황이고, 그 밑에는 칼날이 수북하다. 국가 지도자와 정부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초청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다녀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묘사했다. 그는 "국제질서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데, 미국에 편중된 기존 질서대로만 움직이려 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라며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나 우리 정부의 외교 전략과 방향에 대한 평가와 해결책을 들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나토를 방문하게 된 배경과 목적은.

"미국이 여야 국회의원 6명을 나토 본부로 초청해 3월27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이번 방문은 좀 독특했다. 미국이 한국의 주요 인사, 정치인들을 본국으로 초청하는 일은 많았다. 그러나 미국 초청에 의해 아시아 국가 주요 인사들이 나토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방문에 앞서 왜 미국이 나토로 우리를 초청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었다.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과 나토식 핵공유 전략의 차이점을 보는 방문으로 이해하고 갔는데, 아니었다. 가보니 이 부분과 관련된 얘기는 거의 없었다."

다른 속내가 있다는 의미인가.

"나토가 파트너 국가인 한국의 역할을 격상시키고 방위 관련 이해를 증진시키려는 목적이었다고 본다.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이 '날쌘 호랑이'가 북한을 향해서만 으르렁거리며 한반도 안에 갇혀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한국의 군사력을 조금 더 확장해 대 중국 봉쇄, 대 러시아 견제를 위해 써주길 원하는 모양새다. 나토는 지역 동맹을 벗어나지 못하게 돼있으니 파트너 국가들과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 데 한국이 일정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나아가 한국과 일본이 모두 참여하는 나토식 지역 안보체제, 즉 태평양 안보체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국이 빠른 속도로 한·미·일 공조 체제에 결합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한국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기 지원 요청을 했었는데,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있은 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느닷없이 '한국의 결정에 감사한다'라는 얘기를 했다. 이번에 나토 가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상태에 있구나 하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선 안된다고 보나.

"그렇지는 않다.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참전을 시켜도 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 계획이다. 미국의 요구와 이해에 따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국익을 따져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영국을 방문해 '법치주의를 믿는다면 우크라이나의 무고한 시민들의 곤경에 대해 결코 침묵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외교 안보상으로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었다. 러시아는 이 발언을 듣고 한국이 입장 정리를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제질서에 법치주의가 어딨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미국 요구대로 움직이는 정부…'올라운드 플레이어' 시야 갖춰야"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려되는 점은.

"우리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우리는 무엇을 받을지 계획이 없다. 한·일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밑자락으로 보면 된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일본에 무엇을 양보했을 때 일본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지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미국의 압력도 끌어낸 것이 없다. 미국이 시키는 대로 했으니 또 워싱턴 가서 미국이 달라는 것을 다 주고 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반도체 투자해달라' 등의 요구를 하면 우리는 거꾸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중재해달라' 등의 요구를 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시야가 없다."

한국형 외교 좌표는 어때야 하나.

"최근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뉴스는 철천지원수였던 사우디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 하에 국교정상화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연말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초청을 받아 사우디를 방문해 제1차 중국 아랍국가 정상회의, 중국 걸프협력회의(GCC)에 참석하기도 했다. 미국에 적대적인 사우디, 이란, 중국이 결속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국제질서의 판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미국에 편중된 외교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기본 축을 강화하되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놓아선 안된다. 미·중 간의 패권 다툼이 앞으로 20~30년은 더 진행될 텐데 그동안 경솔하게 움직여선 안된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과 방향에 대해 평가하자면.

"대통령이 완전히 초보자 수준의 외교를 하는데 불안해서 못 볼 지경이다. 대외도 위태롭지만 대내, 즉 대통령의 안보의식이 더 위태로워 보인다. 우리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황이고 그 밑에는 칼날이 수북하다. 이럴 때 국가지도자와 정부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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