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마한센터’ 어디로?…지자체들 유치경쟁 후끈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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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전북·충남 등 4곳 건립후보지 신청…20일쯤 선정 예정
마한 역사문화 복원·조사연구 등 수행…400억 규모, 2026년 완공
마한시대 역사문화 유적인 전남 영암군 시종면 옥야리 고분군 전경. 전남도문화재자료 제140호다. ⓒ전남도
마한시대 역사문화 유적인 전남 영암군 시종면 옥야리 고분군 전경. 전남도문화재자료 제140호다. ⓒ전남도

마한(馬韓)의 역사를 연구할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국립마한센터) 건립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호남과 충청 지자체 간 유치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문화재청은 마한 역사문화권을 연구 복원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립마한센터 건립에 나섰다. 

영산강과 만경강 유역 마한의 역사는 남도 역사의 뿌리다. 1917년 전남 나주시 반남면 신촌리 9호분 이후 광주·전남·북 지역 곳곳에서 마한 관련 유적이 발굴되면서 ‘잊혀진 왕국’ 마한의 역사가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마한역사문화권을 포함하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2021년 시행된 이후 마한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0일 문화재청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립마한센터 건립 후보지 공모를 마감한 결과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충남도 등 4곳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마한센터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는 연구·교육 시설, 전시 체험관, 문화재 수장고 등을 갖춘 400억 원 규모로 건립된다. 

전남 나주시 반남 고분군 전경 ⓒ나주시
전남 나주시 반남 고분군 전경 ⓒ나주시

“마한유적 보고(寶庫), 전국 77% 보유” 전남도, 유치전 본격화

전남도는 충청·호남 마한 권역에서 가장 많은 유적을 보유하고 있어 센터 건립 최적지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현재 마한시대 전국 유적은 78곳으로, 전남에 60곳이 있다. 전남의 국가사적은 7곳으로 전국 사적 11곳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 비지정 유적도 668곳이나 된다.

또 호남 마한 유적 620곳 중 신창동 유적 등 103곳이 있는 광주시를 비롯, 전북 완주(상운리 고분군), 고창(봉덕리 고분군), 익산(영등동 유적)과 금강 유역에 위치해 선사 문화 유적지를 보유한 충남 아산시도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전남도는 2017년 12월 마한 문화권 조사를 위해 ‘영산강 유역 마한문화권 개발 기본계획’을 세우고 2018년 4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2012년부터 313억 원을 들여 마한 유적지 발굴조사와 연구총서 발간, 학술대회 등을 개최해 왔다. 최근에는 역사교과서에 마한사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영산강 유역의 광주시도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광주시는 마한 문화유산이자 국가사적인 광주 신창동 유적지에서 16일 국립마한센터 광주 유치 희망 선포식을 개최한데 이어 22일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냈다. 

광주 신창동 유적은 1992년 국립광주박물관이 본격적으로 발굴 조사에 나선 마한의 대표적인 도시 문화유산이다. 국내 최대 벼 껍질 퇴적층과 가장 오래된 악기(현악기·찰음악기·북 등), 수레 부속구(바큇살·차축), 무기, 제사 도구 등이 발굴됐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신창동 유적지에 ‘신창동 마한유적체험관’을 건립하고 마한문화 유산을 대표 관광자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고대 마한은 지금의 광주를 만든 씨앗”이라며 “오래된 현악기는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로, 수레바퀴는 첨단 자동차 산업도시로, 화살촉은 양궁의 메카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해남군은 24일 북일면 방산리 현장에서 현장자문위원회를 열고 ‘독수리봉고분군’이 철기유물을 소유한 4세기대 마한 수장의 무덤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해남군
해남군은 3월 24일 북일면 방산리 현장에서 현장자문위원회를 열고 ‘독수리봉고분군’이 철기유물을 소유한 4세기대 마한 수장의 무덤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해남군

전북과 충남 지자체도 유치 희망

마한 유적이 있는 전북도와 충남도에서도 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전북도는 전북이 마한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4세기 전후까지 만경강 일대 소국들이 어느 정도 자율성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만경강 일대에서 대형 군집묘나 철기, 푸른 유리구슬, 중국산 동경 등 마한 관련 유물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전북이 마한 중기까지 그 중심부를 형성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마한시대 최대 규모의 분구묘(墳丘墓)가 전북 고창군 아산면 봉덕리 고분군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분구묘는 흙 등을 쌓아 올린 다음 그 안에 매장시설을 설치하는 무덤 양식이다. 분구 축조는 3∼5세기 250여 년에 걸쳐 높게 쌓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쌓인 성토층에서는 3세기 매장시설(통나무관, 목관)과 토기 등이 출토됐다. 이후 만들어진 성토층에서는 5세기경의 옹관 등이 확인됐다.

나주시가 3월 30일 시청에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추진위원 발대식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나주시
나주시가 4일 시청에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추진위원회 발대식과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나주시

전남 지자체 3파전…나주 “마한 역사·문화 재조명 최적지”

전국 마한 관련 유적 78곳 중 60곳이 몰려 있는 전남 지자체들도 유치전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고대국가 ‘마한’을 연구하는 ‘국립마한센터’ 후보지를 둘러싸고 영산강 유역 지자체들이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나주시는 4일 나주시청에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돌입했다. 나주는 영산강 유역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고 반남고분군, 국보 금동관, 금동신발 등 마한 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나주에는 영산강 유역의 반남·복암리 고분군과 오량동 옹관 가마터 등이 있고 국보 제295호 금동관, 보물 제2125호 금동신발 등 마한 관련 유물이 출토된 지역이다. 이를 연구하기 위한 국립나주박물관과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등도 있다. 나주시는 반남 신촌리 9호분 금동관(국보 제295호)이 1917년 출토된 후 100년 넘게 마한사 복원의 핵심 역할을 한 나주에 국립마한센터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나주는 마한 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해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기에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며 “국립나주박물관,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와 연계한 마한사 삼각 축을 구성해 마한사를 제대로 정립하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암군이 3월 13일 군청에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 범군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영암군​
​영암군이 3월 13일 군청에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 범군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영암군​

영암군 “연구·전시공간 전무…균형발전 차원에서 유치를” 

영암군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17일 전남도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한데 이어 30일 결의대회를 열었다. 군은 지역문화 균형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그간 다양한 마한 유물을 발굴하고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등 마한문화 연구에 앞장서 오는 등 마한역사문화센터의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영암 시종면 일대는 50여 기의 마한시대 대형 고분이 밀집된 우리나라 최대 마한 유산의 보고다. 자라봉 고분과 내동리 쌍무덤, 옥야리 고분군 등이 밀집해 있다. 군은 국내 최초로 2004년 시종면에 마한역사공원을 건립하고 마한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영암군은 마한유산의 보고(寶庫)인 영암에 연구기관은커녕 전시공간도 없다며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립마한센터의 영암지역 유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국립마한센터를 꼭 유치해서 지역문화 균형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빛나는 고대 마한의 역사를 미래세대에 알리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3월 28일 군청에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를 위한 군민추진단을 발족하고, 결의대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뛰어들었다. ⓒ해남군
해남군은 3월 28일 군청에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를 위한 군민추진단을 발족하고, 결의대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뛰어들었다. ⓒ해남군

해남군 “군 전체가 생활·고분 마한 유적 백화점”

지난달 28일에는 해남군이 군민추진단을 발족하고, 결의대회를 통해 센터유치에 나섰다. 해남군은 마한 유적의 백화점이어서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1989년 발굴된 송지면 군곡리 패총과 같은 전국 유일 생활 유적과 죽음의 역사인 고분(무덤)들이 한곳에 집중돼 있는 게 아니고 해남은 전체 반도에 고분의 백화점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국제적이고 다양적인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해남에는 마한 최대 고분군으로 꼽히는 읍호리 고분군(140만㎡)과 원진리 옹관 고분군, 옥천면 만의총 고분군, 송지면 군곡리 패총(조개더미) 등의 유적이 있다. 마한 전시기(BC.2~AD.6)에 걸쳐 고고자료·문헌기록·민속자료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유일지역으로, 역사적 당위성을 갖춘 최고의 적지이며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관내 유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해남군의 입장이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해남은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교통적 제약으로 그동안 역사문화시설이 전무했다”며 “국립마한센터 건립 사업을 해남군에 유치함으로써 마한문화권의 균형잡힌 공동 발전과 국민들께 균등한 문화유산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모범사례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의 타당성 용역을 진행한 문화재청은 유치 희망 지자체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 중이다. 10일부터 현장 실사를 실시하고, 선정위원회 심사를 통해 이달 20일쯤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건립지가 선정되면 실시설계 등을 거쳐 내년에 착공해 2026년 개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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