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연포탕’ 실패한 김기현, ‘매운탕’은 성공할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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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이대로 총선 못 치러”…‘공천 경고’·‘리스크 차단’ 칼 빼들어
대중 소구력은 ‘글쎄’…“김재원 징계, 민생특위 위원장 바꿔야”

“‘연포탕(연대·포용·탕평)’ 대통합과 실력으로 유능한 정당 인증하겠다.”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 직후 외친 각오다. 하지만 이후 김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 리스크’로 고난의 한 달을 보냈다. 당 지지율은 37%의 벽을 뚫지 못하고 위기에 봉착했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김 대표는 맑고 부드러운 ‘연포탕’을 끓이려는 행보를 접고 당내 군기를 다잡으려는 ‘매운탕’ 행보로 돌변하려는 모양새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 대표의 리더십을 근거로 매운탕 행보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7% 벽에 갇힌 지지율, 재보선 참패…칼 빼든 金

10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이대로 총선을 못 치른다’며 전국 시도당 조직의 전면 쇄신까지 예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지방선거 연승 이후 1년 가까이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지 않으면서 느슨해진 지역 조직부터 다잡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오는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도 소집한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상반기 중에 전국의 당원협의회(당협)를 대상으로 당무감사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감사 결과는 차후 총선 공천의 평가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나 총선 출마 준비자들 입장에선 공천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공포심에 사로잡힐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내부 리스크’ 차단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앞서 김 대표는 연달아 설화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공개 경고를 전했다. 또 산불 상황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진태 강원지사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책임을 묻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 배경으로는 최근 위기 상태인 당 지지율이 꼽힌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3~7일 전국 18세 이상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7.0%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당대회 기간이었던 3월 1주차에 44.3%로 고점을 찍고 점차 하락한 후(41.5%→37.0%→37.9%→37.1%→37.0%) 37%대의 벽에 갇혔다. 취임 후 한 번도 지지율 반등을 꾀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도부 출범 한 달 만에 치러진 4·5 재보궐 선거에서의 참패도 한 몫 했다. 전북 전주시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집권 여당임에도 출마자 중 5위에 그친 것이다. 여기에 보수 텃밭인 울산 교육감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이 같은 결과로 말미암은 ‘총선 위기론’에 김 대표가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지켜봐야” vs “권한 행사 시 반발 더 커질 수도”

정치권에선 김 대표의 매운탕 행보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당내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김 대표의 행보를) 조금 더 지켜봐야하지 않겠나.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그래도 일단 당대표직을 맡겼으니 잘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하지 않겠나. 나중에 또 잘못하면 그때 가서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현 시점에서 이처럼 고삐를 쥐는 행보마저 없으면 리더십이 더 흔들릴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당 기강 잡기에 대한 대중적 소구력은 그리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높다. 이미 최고위원들의 앞선 망언에 대해 구두 경고만 그치면서 크게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처음에 김재원 최고위원의 망언에 대해 별것 아니라고 말한 사람은 김 대표였다. 또 조수진 의원을 민생특위 위원장에 임명한 사람도 김 대표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 본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시·도당 위원장 등에게 책임을 돌리면 대중들이 무책임하다며 더 우습게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윤 타이틀로 당선이 된 만큼 김 대표가 앞으로도 대통령실에 계속 끌려갈 거란 시각도 많다. 비윤(비윤석열)계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김 대표는 본인 스스로의 권위와 리더십 등 정치력을 가지고 당대표가 된 것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본인의 권위를 되찾겠다고 당대표로서 권한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최고위원이나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대통령실의 경고를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김 대표의 권위가 잘 서지 않는 모양새다. 김 대표의 텃밭인 울산에서 재보궐 선거이 패배한 점, 그리고 김 대표가 의원정수 축소를 이야기하자마자 당내에서 공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진 점 등이 이를 증명한다. TK 지역구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김 대표가 고삐를 쥐는 행위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 공천과 직결된 요소가 많기에 영남 의원들의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기강잡기가 효과를 거두기 위한 타개책은 무엇일까. 장성철 평론가는 “지금이라도 김재원 최고위원을 어떤 방식으로든 징계해야 한다”며 “또 민생특위도 제대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과의 회동도 얼른 정례화를 해야 한다”며 “처음에 정례화 이야기 나온 이후로 한 달째 회동 얘기가 안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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