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부담에 25년 만의 결정…관건은 감산 폭에 달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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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의 반도체 분기 적자에 재고 증가에 결단
하반기는 돼야 감산 효과…수요 회복 동반돼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반도체(DS) 부문 영업손실이 4조원 안팎을 기록하며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시장은 감산효과가 나타나는 오는 6월께부터 업황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감산의 폭과 함께 수요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등 시점이 올 연말은 지나야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감산을 결정했다. 생산라인 최적화,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자연적·기술적 감산은 있어왔지만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 적극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결정이다.

‘무감산 기조’에서 선회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DS) 부문 적자 때문이다. 증권가는 현재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3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DS 부문의 분기 적자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적자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족이 있다. 이로 인해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모두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D램 가격은 20%가량 급락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평균판매가격(ASP)이 지난 4분기보다 10∼15% 하락했다.

반도체가 팔리지 않자 재고 역시 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메모리 부문 재고평가 손실은 약 1조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4분기 8500억원보다 15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DS부문 재고는 29조576억원으로 전년의 16조4551억원 대비 76.6%(12조6025억원) 급증했다. D램 기준으로는 20여주 치다. 평소 수준(5주치)의 4배가 넘는다.

2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도 D램 평균 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10~15% 하락할 전망”이라며 “낸드 가격 역시 5∼10%의 하락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에 지난해 10월 투자 축소와 감원 그리고 감산까지 발표했던 미국의 마이크론은 지난달 28일 추가 감산까지 시사하기도 했다.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자 결국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도 감산을 결정하게 된 셈이다.

 

생산량 15~25% 줄여야 감산 효과 나타날 듯 

일단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은 산업 전반에서의 파급력이 크며 경쟁사로 하여금 추가적인 감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반도체 산업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 국면이 이전 전망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D램 가격 반등은 당장 기대하기 어렵지만 2분기부터 낙폭이 줄어들 수 있고, 하반기에는 공급량 조정이 수급 균형을 찾을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감산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얼마나 감산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김영건 연구원은 “가동률 10% 하향 조정일 경우 시장 잔존재고를 소진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15% 하향 조정이어야 4분기경 수급 균형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의 대니얼 킴 애널리스트는 영국 BBC방송에 “삼성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25%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아울러 수요 회복도 절대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감산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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