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다다른 기준금리…인하 시작은 연말?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1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은, 두 차례 연속 3.50% 동결 결정
이창용 “물가 3% 이하 하락 확신 전까진 논의 안 해”
시장에선 연말 인하 가능성 제기…경기 둔화 여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3.50% 유지를 선택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제 관심은 언제 금리가 떨어지느냐다. 고금리에 신음하는 가계, 기업은 하루라도 빨리 인하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최소 올해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연내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10개월 만에 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던 한국은행이 동결을 다시 선택했다. 물가상승률이 4% 초반대로 낮아진 데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 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가장 주안점을 뒀던 물가는 두 달 연속 4%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전년 동월보다 4.2% 올랐다.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상승률도 2월(4.8%)보다 떨어졌다.

한은은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년 중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동결 결정의 또 다른 배경은 경기 침체다. 11년 만에 두 달(1~2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 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은 역시 “소비가 지난해 4분기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었지만 수출이 IT 경기부진 심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며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기 둔화로 취업자수 증가폭 축소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차례 연속 동결을 단행하면서 2021년 8월부터 이어져 온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가가 진정세로 돌아선 가운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가 더욱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연말로 갈수록 인하 압력 확대될 것”

이제 관심은 금리 인하 시기다. 고금리에 가계와 기업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창용 총재는 인하 기대감에 상당한 경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예상하는 물가수준을 3% 초반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충분히 그 이하로 떨어져서 중단기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진 금리인하 논의를 안 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산유국 추가 감산에 따른 유가 영향,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 경로에 주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시장에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줄 경우 물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한은이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는 문구를 넣으며 최종금리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연내 인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5%로 연내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은이 8월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하거나 인하 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나 국내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상승 요인이 있지만 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여파로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하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