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RM 매각 흐지부지에 나스닥 상장으로 선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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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동시 상장 저울질했지만 결국 미국으로
기업공개 통해 10조원 이상 자금 조달 예상
2019년 7월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가운데)이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린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7월4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가운데)이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린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반도체 설계회사 영국 ARM을 나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올 가을에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 시각) 소프트뱅크그룹이 최근 뉴욕거래소와 ARM 나스닥 상장을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으며 손 회장이 이번 주 공식적으로 서명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손 회장의 공식 서명을 계기로 소프트뱅크는 나스닥 측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나스닥 상장으로 ARM이 최소 80억 달러(약 10조38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대주주다.

당초 소프트뱅크는 ARM의 미국과 영국 동시 상장을 추진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에 이어 리시 수낙 영국 총리 등 3명의 영국 총리가 직접 나서 ARM의 영국 런던증시 상장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결국 미국 증시 단독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손 회장은 영국보다 미국 증시가 투자자 기반이 더 탄탄하고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유리하다는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앱 프로세서(AP)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 달러(액 41조원)에 ARM을 인수했다.

인수 이후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을 검토했다.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 최대 400억 달러(약 52조원) 규모로 매각을 시도했지만 각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에도 여러 기업들이 인수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ARM 인수전에 참여할 의지를 보였지만 구체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손 회장이 한국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며 삼성전자의 ARM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소프트뱅크의 매각 움직임이 흐지부지된 가운데 최근 ARM은 올해 미국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결국 행선지는 나스닥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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