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여전히 난 극장 냄새가 좋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6 14:05
  • 호수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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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의 드라마 컴백,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주역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주역 최민식이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선정됐다. 최민식은 영화 《쉬리》 《올드보이》 《명량》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및 대상을 이미 세 차례 수상한 바 있다. 《카지노》는 그가 약 25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 시리즈물이기도 하다. 《카지노》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최민식 분)’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 분)’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다채로운 캐릭터와 변주하는 스토리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보는 다양한 캐릭터까지 빠져나올 수 없는 몰입감으로 국내를 비롯해 해외까지 휘어잡았다. 또한 국내 OTT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던 ‘디즈니+’ 플랫폼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과 명불허전의 연기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 최민식의 복귀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 《카지노》에서 온갖 사건·사고를 겪으며 결국엔 카지노의 전설이 된 캐릭터 ‘차무식’을 통해 다시 한번 좌중을 압도하는 연기를 선사했다. 특히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온 ‘차무식’이란 인물의 깊은 내면을 세심한 연기로 표현하며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카지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최민식의 귀환’(Kapanlagi.com), ‘전설적인 《올드보이》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CNA), ‘최민식의 자연스럽고 완벽한 연기력, 전 세계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시리즈’(Mirror Media) 등 25년 만에 시리즈물로 돌아온 배우 최민식의 연기력에 해외 언론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강윤성 감독은 “최민식 배우가 아닌 차무식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며 “매번 함께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연구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로 688만 관객을 동원해 범죄 액션의 새로운 장을 연 바 있다. 배우 최민식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나 《카지노》 촬영 비하인드와 근황을 들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오랜만에 시리즈물에 출연했고 반응도 좋다. 스스로도 만족하나.

“고마운 일이다. 한데 괜히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배우에게는 만족이 없다. 수많은 분량을 해외에서 정말 버겁게 찍었다. 우스갯소리로 현장에서 ‘오늘은 몇 개 물리친 거야?’ 할 정도로 강행군이었다. 더군다나 필리핀에서 찍다 보니 ‘제작비에 대한 부담도 있어‘ 속도를 내야 했다. 해외 촬영은 다 돈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빨리 찍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화면을 보면 스스로 ‘저때 내가 너무 힘겨웠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쉽다.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적인 문제도 그럴 것이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다들 강박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진다.

“그런가? 글쎄, 그렇다면 아마도 배우들과의 앙상블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자면 제가 이 작품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하는 게 있다. 애초에 강 감독과 한 얘기인데, 어설프게 서양의 누아르물 흉내 내지 말자고 했다. 아예 서양 누아르물을 머릿속에서 지우자는 얘기다. 액션을 해도 우리 식으로 하고, 총을 쏴도 순식간에 쏘자고 했다. 원래 사고는 순식간에 나는 법이다. 그렇게 우리 식대로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

그간 국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디즈니+’가 《카지노》로 물꼬를 텄다.

“사실 넷플릭스도 잘 안 본다. 최근에 《카지노》를 극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역시 좋더라. 집에서 리모컨을 돌리며 보는 맛도 있겠지만 역시 극장이 사운드도 그렇고 디테일이 잘 보여서 좋았다. 보고 나오면서 스태프들에게 ‘역시 극장으로 가야 돼’ 하면서 나왔다. 뒤풀이를 하면서도 ‘극장에서 보니까 좋지 않았어?’ 하고 많이 물었다. 하하.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한정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모인 그 마음과 에너지가 좋다. 개인적으로 극장 냄새가 참 좋다. 만든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교감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

엄청난 분량의 시리즈물이다.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

“촬영하는 내내 생각을 매일 했다. 하하. 사실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 삼중고에 시달렸다. 저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했는데, 하필 필리핀 촬영을 가기 직전에 걸려 촬영에 차질이 있었다. 이후에도 후유증이 심했다. 후유증을 안고 필리핀에 갔는데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분량에 대한 압박감도 계속 있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요즘 다시 스태프들 얼굴을 보니까 그 시절이 아련하게 느껴지고 그립더라. 사람이 이렇다.”

강윤성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고맙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인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한데 늘 우리 얘기를 열어놓고 들어줬다. 세상에 그런 양반이 또 없다. 배우도 그렇고 이 바닥이 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 천지 아닌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자기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명하고 지혜롭다. 열린 마음으로 권위의식 없이 우리 얘기 들어주고 토론했다. 그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동휘, 손석구 등 핫한 후배 배우 라인도 화제가 됐다.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많은 의지가 됐다고 하더라.

“내 눈엔 참 예쁜 후배들이다. 속된 말로 자기 밥그릇 다 챙겨 오는 친구들 아닌가. 다른 생각 안 하고 그 더위와 악조건 속에서 자기가 맡은 배역에 대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더라. 그 와중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현장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현장이 너무 심각해서도 안 된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속된 말로 ‘삑사리’가 난다. 인상 쓰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오히려 실수가 많아진다. 머릿속으로는 챙겨야 할 것이 많겠지만 입으로나마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며 재미있게 촬영했다.”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차무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하고 싶었는지도 궁금하다.

“간단하다. 평범함에 뒀다. 악인이다? 글쎄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았다. 악한 사람이 다 까만색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가장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구구절절 어릴 때의 환경이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하다. 인간 내면의 욕망을 좇다 보면, 돈과 권력을 추구하다 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늪에 빠진다. 100%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은 없다는 의미다. 차무식을 보면서 인간의 다중성이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소속사 없이 활동 중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영화 촬영할 때는 크게 불편함이 없다. 물론 드라마는 이곳저곳 다니며 찍다 보니 피곤하긴 하더라. 그래도 혼자 장거리 운전할 때 배고프면 맛집 검색해 내가 먹고 싶은 것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밤 운전할 때 위치가 헷갈릴 때도 있지만 안경도 하나 맞췄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내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 좋다. 개인적으로 서울 근교에선 택시도 자주 이용한다. 하하. 그렇게 다니다 보면 예전 생각이 나기도 한다. 제가 방송을 시작할 때는 소속사라는 개념이 없었다. 스타급 배우들이 개인 매니저와 함께 다니는 정도였다. 저도 매니저가 없었다. 개구리 올챙이 때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차무식과 닮은 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생각해 보면 그간의 배우 생활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지금 제가 매니저 없이 활동하는 게 그런 것 같다. 어느 순간 브레이크를 걸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인 것 같다. 단순히 내가 운전을 하느냐 매니저가 운전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데 차무식은 그런 게 없었다. 브레이크가 없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죽이게 된다. 그런 거 있지 않나. 나도 모르게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고, 거기서 파생되는 일 속에 내가 있고, 수렁에 빠지게 된다.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카지노》는 배우 최민식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아있나.

“글쎄, 이 작품을 찍었던 과정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과물이야 대중의 몫이다. 당연히 호불호가 있고, 받아들인다. 개인적으로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애초에 만들고자 했던 모양새와 질감이 그대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100% 만족한다. 좋은 후배, 스태프와 그 악조건 속에서 실타래 풀어가듯 치열하게 만들었다. 배우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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