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에 불붙은 ‘이낙연 등판론’…손익계산 바쁜 민주당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4 15:05
  • 호수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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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 원내대표 경선 앞두고 비명계 움직임 주목…이낙연 귀국 맞춰 ‘개딸’ 공개 비판
친낙계 “당분간은 정치적 행보 않을 것” 관망…‘전대 돈봉투 의혹’ 새 변수로 등장

‘결과 예측이 가장 어려운 선거’. 당내 ‘2인자’ 자리인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곧 있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확신에 찬 전망은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4월7일 실시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도 초반 대세론을 형성했던 4선의 김학용 의원을 제치고 3선 윤재옥 의원이 승리를 거머쥐는 반전의 결과를 낳았다. 그만큼 의원들과 당원들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투표함 개봉 전까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다. 

민주당이 5월 초 원내대표 선거를 치를 전망이다. 범친명(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홍익표 의원과 비명(非이재명)계 진영으로 알려진 박광온 의원으로 양강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최근 장인상을 당해 일시 귀국하면서 친낙(親이낙연)계 의원들의 움직임도 이목을 끈다. 이 전 대표가 4월10일 출국 전 일부 의원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낙연 등판론’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의 완전한 귀국을 두 달여 앞두고 움직이기 시작한 친낙계 의원들의 행보가 원내대표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친낙계는 비명계 진영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박광온 의원도 친낙계로 알려져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가 4월9일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원내대표 경선, ‘친명’ 홍익표 vs ‘비명’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소속 의원들을 대표해 여야 협상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당대표가 불가피한 이유로 자리를 비울 경우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장을 추대하거나 자신이 직접 맡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의원 또한 비대위원장을 겸임한 바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의 위상은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원내대표 경선은 친명과 비명 구도 속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홍익표 의원은 주류인 친명계가 지지하는 후보로, 실제 계파색이 짙진 않지만 친명계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이재명 대표”라며 “이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을 잘 준비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 계파 입장에 서는 것보다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을 유일한 버팀목”이라며 “친명·비명 구도에 몰두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의원도 당내 갈등을 경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단합해서 내년 총선에 승리하고, 현 정권 실정이나 폭주를 막아내자는 생각은 똑같기 때문에 충분히 의사를 모아가는 과정, 소통이 중요하다. 통합을 이뤄내는 데 (내가) 충분히 역할을 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분을 찾는 것보다는 약간 결이 다를 수 있지만 통합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의원들 앞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한 것을 존중하고 신뢰한다”며 이 대표 거취와 관련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이 외에도 김두관 의원, 안규백 의원, 윤관석 의원, 이원욱 의원 등이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려 중이다. 

현재로서는 당내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는 홍 의원이 한발 앞서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대표의 당 대표성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3선 이상’이라는 원칙이 계속 지켜져 왔다. 박광온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부터 ‘비명’을 분명히 밝힌 상황이고, 중진급인 김두관 의원은 재선이라는 핸디캡이 있으니 현재는 홍익표 의원이 가장 유력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의원이 당선될 경우 그만큼 당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옛날처럼 계파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누가 될 것이라고 단정 짓기가 어렵다. 특히 의원들과 당원들 표심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하루아침에 당선자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당선되면 이를 계기로 비명계의 세 불리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전해철 의원이 중간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마 박 의원과 모종의 ‘몰아주기 딜’이 있었던 게 아니겠냐”며 “같은 계파에서 표가 분산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 박광온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 원내대표 유력 후보로 부각되는 홍익표 의원, 박광온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일시 귀국한 이낙연, 의원들과 회동

이낙연 전 대표가 원내대표 선거를 불과 3주 앞두고 일시 귀국한 것이 경선에 변수가 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한반도 평화와 국제정치 연구를 위해 체류 중인 이 전 대표는 장인상으로 급거 귀국해 상주 역할을 하며 열흘간 한국에 머물렀다. 오는 6월 완전한 귀국을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표가 이 기간 친낙계 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4월8일 설훈 의원을 비롯해 윤영찬, 전혜숙, 양기대, 김철민 의원 등 대표적 친낙계 인사들이 인천공항에 나가 이 전 대표를 맞았다. 또 4월10일 발인을 끝낸 이 전 대표가 일부 의원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 행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한국에 머무른 기간에 친낙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개딸’을 공개 비판한 것 또한 시점이 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대와 공생은 4월10일 국회에서 ‘정치 공황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영표 의원은 “태극기와 개딸로 상징되는 극단적 팬덤 정치가 한국의 현주소인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극단적 양극화는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친낙계 신경민 전 의원 또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등장한 ‘수박 리스트’를 언급하며 “무당급 유튜버들하고 팬덤하고 가짜뉴스하고 그리고 저질 지도자들하고 결합이 돼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대와 공생은 4월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소속 광주시의회 의원들과 광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수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친낙계를 중심으로 비명계 구심점을 본격 확대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안 될 수 있을지 미지수” 분석도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 이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민주당에서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특히 지난 연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자 차기 지도부 후보군 1순위로 꼽히면서 조기 귀국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현시점에 ‘이낙연 등판설’ 현실화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귀국이 이재명 체제나 원내대표 경선에 별로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재명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이면 모를까, 아직은 견고하기 때문에 굳이 체제를 흔들 명분이 없다. 지금은 사법 리스크가 있는 야당보다 여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태다. 이 상황에 이 전 대표가 온다 한들 영향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커진다고 해서 이낙연이 대안 내지는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라면서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4050에서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거나, 호남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인물이 되거나, 이대녀 또는 삼대녀에서 대안으로 부각되어야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지금 지지율을 보면 이 대표가 흔들리기도 어렵고 흔들린다고 해도 그 지지자들이 이낙연에게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본격 등판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엄 소장은 “당장 등판은 힘들 것 같고 연말이나 연초에 선거대책위원회를 같이 만드는 등 협조 속에 중간 기조로 경쟁을 모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낙계 윤영찬 의원도 이 전 대표의 등판설에는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번엔 상을 치르러 귀국한 것이니 정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싱크탱크 또한 이 전 대표의 뜻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여는 것이니 이 전 대표의 행보와 연결 지어선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 전 대표의 완전한 귀국 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공간이 있어야 등판할 수 있는데, 지금 공간도 없지 않냐”며 “(이 전 대표가) 6월에 귀국하더라도 정치적인 행보는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두워질 경우 상황이 바뀔 여지는 있다. 때마침 4월12일 검찰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해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당내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노웅래·이학영 의원을 거쳐 윤 의원과 이 의원에게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수사 범위가 당시 캠프 조직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당 안팎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면 전환용’ 수사 확대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무작정 현 정권의 ‘검찰 탄압수사’로만 몰아가기도 어려운 탓이다. 최근 여권의 잇단 자충수로 여야 지지율 경쟁에서 지금 우위를 점하곤 있지만, 여전히 민주당 또한 안갯속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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