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정원박람회 ‘흥행 질주’ 순천시, 이준석·천공에 ’곤혹‘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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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갑지 않은 손님 이준석·천공, 관람객·통역봉사 자처에 ’난감‘
정원박람회 꽃구경 몰입에 방해…정치적 의도에 곱지 않은 시선
‘왼갖 잡새가 날아든다 어흥~어흥~’ SNS에 힐난·풍자성 글 봇물
12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정원을 방문한 100만 번째 주인공에게 축하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순천시
12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정원을 방문한 100만 번째 주인공에게 축하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순천시

전남 순천시가 최근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면서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개장 열흘 남짓 만에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흥행을 이끌어 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불청객(?)들이다. 

‘달갑지 않은 손님’으로 꼽히는 첫 번째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머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물색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역술인 천공(天供)이다. 두번째 인물은 이준석(38) 전 국민의힘 당 대표다. 이 전 대표 또한 무고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손님인 두 사람의 방문을 향한 달갑지 않은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들의 행보가 불필요한 파문을 낳으며 순천만정원박람회 꽃구경에 몰입을 방해한다는 불만과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의식적 행보라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순진(順晉)한 행보’ 이준석…교육봉사로 보폭 넓혀

13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 등에 따르면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개막 12일 차 오후 1시 39분,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10년 전 2013년 개최한 정원박람회가 26일 만에 100만명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미 목표 관람객 800만명의 12.5%를 달성해 1000만명 돌파까지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술인 천공이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을 찾아 관람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천공은 9일 오후 5시쯤 순천시 풍덕들 경관정원에 모습을 보였다. 하얀 도포를 걸치고 부채를 쥔 천공은 울긋불긋 꽃 배경 탓에 멀리에서도 쉽게 눈에 띄였다. 천공은 수행원과 함께 풍덕들 경관정원,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 등을 둘러봤다. 그는 한달 전 광양매화축제장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4월 9일 오후 역술인 천공이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을 찾아 일행과 함께 ‘그린아일랜드 등 다양한 테마정원 곳곳을 둘러 본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제공​​​​​
​​​​​4월 9일 오후 역술인 천공이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을 찾아 일행과 함께 경관정원 등 다양한 테마정원 곳곳을 둘러 본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제공​​​​​

이준석 전 대표는 ‘통역 봉사’를 자처하고 나서자 박람회조직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천아람 순천시 당협위원장과 함께 순천시 자원봉사센터를 방문해 박람회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자원봉사센터 측은 자원봉사자 공모 기간이 끝나서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미 자원봉사자 공모가 끝나서 형평성 시비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거절 이유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활동 보폭을 넓이는 모양새다. 4월부터 순천과 경남 진주에서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무료 강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순천에 상주하고, 이틀은 진주에서 취약계층 학생에게 교육봉사를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회나 순천 웃장 부근 활용 가능한 빈 건물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순진(순천+진주)한 행보’라고 부른다. 그는 11일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섬진강 하나를 두고 순천과 진주의 투표 성향이 다른 점이 궁금했다”며 “이에 대한 연구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교육봉사를 하면서 그들의 미래와 함께 하겠다”며 “집 얻어 최소 3개월 이상 머물면서 순천 대학생들과 미래 그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힘 이 준석 전 당 대표는 3월 29일 천아람 순천시 당협위원장과 함께 순천시 자원봉사센터를 방문해 박람회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순천독립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 대표는 3월 29일 천아람 순천시 당협위원장과 함께 순천시 자원봉사센터를 방문해 박람회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순천독립신문

역술인 천공, 광양·순천 축제장 ‘공개 활보’

정원박람회조직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뜻은 감사하지만 사전 논의 없이 밝힌 입장표현에 난감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선 조직위가 28만 시민과 2000여 공직자가 혼을 담아 준비한 박람회가 자칫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지역정가 일각에선 대통령 주변과 관련지어 잡음이 끊이지 않는 역술인 천공이 공교롭게도 무소속 단체장이 있는 광양시와 순천시의 문화축제장을 공개적으로 활보하고 다니는 것은 ‘뭔가 정치적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이 순천 방문 사실이 퍼지자 소셜미디어(SNS) 상에선 힐난이 쏟아졌다. ‘왼갖 잡새가 날아 든다~어흥~어흥’ ‘이준석이 번식하러 다니나’ ‘천공이 뭐라고’ ‘나도 숟가락을’ 등이 대표적이다. ‘똥맛 막걸리 만들어서 브랜드명을 ’천공‘으로 하면 청와대 납품할 수 있을 듯’이라며 다소 아리송한 뉘앙스를 풍기는 글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31일 저녁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열린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31일 저녁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열린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진객(珍客) 대접’ 尹대통령, 첫 전남행…지역 현안 화답

반면 진객(珍客)으로 맞이하는 인사도 있다. 지역 현안에 화답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3월 31일 저녁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 순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이 전남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순천은 제 지역균형 철학과 일치한다”며 “순천이 호남과 대한민국 발전의 핵심 거점이 되도록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순천시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이 순천시 최대 현안인 경전선 도심 통과 노선의 우회를 지시했다고 노관규 순천시장이 4일 밝혔다. 경전선 우회 3000억 원, 명품하천 2000억 원,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 300억 원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노관규 순천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예기치 않은 진객과 불청객들이 찾은 순천만정원박람회 흥행과 내년 총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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