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과 예산군 한 식구인데…” 내포신도시의 ‘불편한 동거’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4 11: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삽교역 새 이름·의병기념관 건립 두고 두 도시 ‘기싸움’
충남혁신도시 지방자치단체조합 출범에도 주민 불편 여전
미세먼지 짙은 내포신도시 모습 ⓒ연합뉴스
미세먼지 짙은 내포신도시 모습 ⓒ연합뉴스

2025년 말 예산군 삽교읍 일원에 신설되는 서해안 복선전철 삽교역(가칭) 이름을 두고 예산군과 홍성군의 ‘기싸움’이 거세다. 예산군은 ‘충남도청역’ 또는 ‘내포신도시역’을, 홍성군은 기존 내포 남쪽 관문 역할을 하고 있던 홍성역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며 한 치 양보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갈등의 시작점에는 예산군과 이웃한 홍성군의 경계에 들어선 내포신도시가 있다. 이곳에서 한 솥 밥을 먹는 가족끼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12년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이전하며 조성된 내포신도시는 2020년 10월 혁신도시로 지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충남교육청 등 127개 기관이 들어섰다. 내포신도시는 하나의 생활권인데 홍성과 예산 2개 지자체가 공존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조금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두 지자체가 대중교통과 도로, 공원 조성 등을 놓고 갈등을 겪으면서다.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 처리였다. 내포신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집하시설 설치 장소를 놓고 홍성과 예산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놨다. 결국 충남도 중재로 내포신도시를 통합 운영·관리하는 충남혁신도시 지방자치단체조합(조합)이 4월1일 출범했다. 내포신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관리하는 협치 기구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 도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 생활폐기물 수거 시스템과 지역화폐를 달리 운영하고 있다. 

서해안 복선전철 삽교역 이름에 대해서도 양 도시 간 입장 차이가 크다. 정부는 2010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 서해선 기점을 홍성군 금마면 화양역에서 홍성역으로 변경하면서 ‘장래역’으로 고시했다. 이 역은 예산군 삽교읍 삽교리 일원에 건립된다.  

올해 1월 충남도는 예산군, 국가철도공단과 ‘서해선 복선전철삽교역 신설 사업 시행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예산군민들을 중심으로 삽교역 명칭을 ‘충남도청역’ 또는 ‘내포신도시역’으로 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해당 지역이 내포신도시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관문인 만큼 명칭 역시 ‘충남도청역’ 또는 ‘내포신도시역’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예산군은 형평성 문제도 들고 있다. 이미 같은 삽교읍에 장항선을 지나는 삽교역이 있어 새 역 이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성군은 삽교역을 내포역으로 이름 붙이는 게 부당하다고 맞선다. 서해선 복선전철 시발점이 홍성역이고 도청소재지도 홍성일뿐만 아니라 삽교역 신축에 도비가 지원되는 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내포신도시 관문역으로 추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태흠 충남지사가 2025년 완공 예정인 삽교역 명칭을 내포역으로 바꿀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을 지시하자 홍성군의회는 “내포라는 명칭이 추후 충남도청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만큼 홍성과 예산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홍성과 예산은 또 충남 의병기념관 유치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충남 의병기념관 건립은 충남도 민선 8기 공약사업인데, 도정 인수위원회는 지난해 6월 당시 도정 운영 방향 자료 발표에서 윤봉길 의사의 고향인 예산을 기념관 위치로 제안했다.

하지만 홍성군의회는 곧바로 ‘의병기념관 건립은 의병도시 홍성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홍성군의회는 “국가지정문화재인 홍주의사총과 홍주읍성 등 의병 관련 유적이 산재해 있는 의병 도시 홍성에 의병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홍성군은 올해 상반기로 예상되는 의병기념관 입지 선정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유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충남의병기념관 홍성군민간유치추진위원회를 꾸려 홍성군민 전체 인구 중 약 30%에 해당하는 3만명 서명을 목표로 서명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두 도시 간 갈등에 따른 손실은 엉뚱하게도 애먼 주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내포신도시가 하나의 생활권이지만, 모든 게 따로 움직이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내포신도시에서 만난 주부 박아무개씨(53)는 “3년 전 이사 왔는데, 종량제 봉투 등 지역에 따라 적용되는 게 달라 불만이다”라고 했다. 이 탓에 홍성군과 예산군의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2012년 6월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는 주민 생활 편익과 행정효율성 확보, 성장기반 구축 등을 이유로 홍성과 예산군을 통합 대상으로 지정한 적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