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하자 ‘유류세 인하’ 축소?…국제유가는 다시 꿈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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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번 주 중 유류세 인하 조치 조정 방침
5%포인트 축소하면 서울 휘발유값 1800원대 진입
秋 “당과 긴밀히 협의 중” VS 與 “연장 검토 촉구”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셀프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셀프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4년 만에 세수 결손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 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에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고 이에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라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유류세 인하율이 떨어질 경우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을 전망이다.

휘발유나 경유 등의 세금을 깎아주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번 주 중 조정될 전망이다. 시행 3년째인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달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유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25%, 경유는 37%까지 인하해 부과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에서 지난 13일(현지 시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류세 운영 방안을 이번 주 중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국제유가가 높을 때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했는데, 4월 말까지 적용하기로 해 (다음 달 이후 운영 방향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력한 방안은 휘발유와 경유의 인하폭을 25%로 맞추거나 15~20%로 한꺼번에 폭을 낮춘 뒤 나중에 완전히 폐지하는 식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거둬들이려는 이유는 세수 부족 때문이다. 기재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따르면, 올해 2월 누계 기준 총수입(국세, 세외수입 등 포함)은 90조원으로 전년보다 16조1000억원 줄었다.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에서 6조원이 감소했고, 법인세도 7000억원 줄었다. 앞으로도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주식시장에서 거둬들일 양도세와 증권거래세 및 법인세 감소가 예상되면서 올 세수가 예산을 짤 때보다 덜 걷히는 세수 결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9년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몰이 다가온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계획인 셈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은 지난해 한 해만 5조5000억원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 1~2월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1조8000억원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인해 전년 대비 5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OPEC+ 추가 감산에 90달러 선 근접…서울 휘발유값 1737원

문제는 최근 국제유가 흐름이 상승세라는 점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 OPEC+(플러스)는 내달부터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올해 들어 배럴당 80달러 초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던 국제유가는 90달러 선에 다가서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해오는 두바이유는 지난 13일 배럴당 87.36달러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87달러 안팎,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3달러 선에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배럴당 78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지난 3일 84달러 기록하며 80달러 선을 넘었다. 이에 국내 휘발유 가격도 뛰고 있다. 17일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37.35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평균은 1656.17원이다.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10일 리터당 1700원 선을 넘었다. 지난해 12월1일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지난 1일 리터당 1670원이었지만 보름 만에 60원 넘게 올랐다. 유류세 인하 폭을 5%포인트만 축소해도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1800원대로 오를 전망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OPEC+의 감산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이동수요와 여행객 증가, 러시아의 감산 지속 등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국내 재정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최근 OPEC+(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에서 감산을 결정해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졌기에 그에 따른 민생 부담도 다시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조정 검토에 여당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고물가에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서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7일 최고위원회에서 “최근 물가와 유가 동향, 그리고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당분간 연장할 것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묘한 입장 차이가 보인다. 앞서 추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관련해 “당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놓고 마지막까지 입장이 엇갈렸던 당정간의 정책 혼선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추 부총리는 연장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에 관한 의견을 묻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민생 부담 측면에서 (유류세 인하 연장 요청을) 전향적으로 진지하게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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