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제치고 ‘코스닥 新황제주’ 등극한 에코프로의 질주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4 08:05
  • 호수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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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개월 만에 주가 11만원→82만원 치솟아
주식시장 ‘뜨거운 감자’ 된 에코프로의 성장 스토리 주목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차전지 광풍’이 ‘바이오 열풍’을 뛰어넘었다. 그 중심에는 ‘코스닥 황제주’로 불렸던 셀트리온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에코프로그룹이 있다.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의 연초 주가는 11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주가가 60만원대로 뛰었다. 4월11일 장 중 한때 주가는 82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경우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을 제치고 주식 부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도대체 에코프로가 어떤 회사인지, 또 어떤 성장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향후 전망은 어떤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이는 것도 당연하다.  

1998년 설립된 에코프로는 온실가스와 같은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 등 친환경 핵심 소재 및 부품 개발에 주력해 왔다. 당시 자본금 1억원으로 코리아제오륨을 설립했고, 2001년 사명을 에코프로로 바꿨다. 2003년부터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7년 제일모직의 양극활물질 생산설비와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양산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제일모직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이자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인 전구체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곳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 포항사업장,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작은 사진) ⓒ연합뉴스·에코프로 홈페이지 제공
에코프로이노베이션 포항사업장,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작은 사진) ⓒ연합뉴스·에코프로 홈페이지 제공

배터리 양극재 사업 확장 ‘신의 한 수’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배터리 시장은 크지 않았다. 노트북, 공구 등 사용처가 제한적이어서 사업성이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제일모직이 에코프로 측에 먼저 사업권 인수를 제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그랬다. 에코프로는 관련 사업을 넘겨받고 지난 10여 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증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배터리에 사용되는 하이니켈 양극재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을 이뤄냈다. 

기회는 인고의 시간 끝에 찾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모든 기업이 에코프로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은 물론 폭스바겐, BMW, 포드, 현대차 등이 에코프로가 개발한 양극재를 납품받기 위해 줄을 섰다. 특히 2020년 SK이노베이션과 10조1100억원대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잭팟’을 터트렸다. 

’에코프로 신화’의 배경에는 창업주인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있다. 사실 이 회장은 이차전지는 물론 화학 등 이공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에 입사했지만, 승진하려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야간대학에 진학했다. 대졸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재입사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퇴사 후 재입사 시험을 봤지만 탈락했다. 이후 삼성그룹을 거쳐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1984년부터 6년간 회계법인에서 일했다. IMF 위기 직전 모피 수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1997년 일본에서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는 소식은 이 회장에게 새로운 사업의 길을 열어줬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확장될 것이 분명했던 만큼, 관련 사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1998년 서울 서초동 골목에 10평짜리 단칸 사무실을 차린 게 에코프로의 시작이다. 초창기에는 환경 소재 사업에 주력했지만, 제일모직의 양극재 기술과 영업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동채 회장은 에코프로 매출과 주가가 급등하면서 신흥 재벌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에코프로의 최근 실적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조6403억원, 영업이익 61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보다 각각 275%, 616% 성장한 것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퀀텀 점프(quantum jump)’로 평가받는다. 자회사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에코프로비엠은 매출 5조3569억원, 영업이익 3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1%, 232% 늘어났다. 에코프로에이치는 매출 2182억원, 영업이익 415억원으로 각각 140%, 199% 증가했다.
이들 회사는 ‘에코프로 3형제’로 불리며, 주식시장에서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4월19일 기준 에코프로 주가는 63만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14일 장 중 82만원까지 급등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월말까지 11만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불과 2개월 만에 7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 주가 상승률도 521%에 달한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30% 가까이 오르며 전 세계 증시를 통틀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에코프로그룹이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월2일부터 3월31일 기준 에코프로는 시가총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이기도 하다. 에코프로비엠은 9조1346억원에서 21조9564억원으로, 에코프로는 2조7730억원에서 12조8602억원으로 각각 12조8217억원, 10조871억원 증가했다. 에코프로는 올 1분기 시총 증가율이 363%로 조사 대상 기업(시총 1조원 기업 258곳)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 결과, 오랫동안 코스닥 대장주로 꼽히던 셀트리온은 에코프로에 밀려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최태원·구광모 제치고 주식 부호 등극 

이동채 회장 역시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을 제치고 주식 부호에 등극했다.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올해 초만 해도 5358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에코프로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면서 3월말 기준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2조5031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재계 2위인 SK그룹 최태원 회장(2조2401억원)과 재계 4위인 LG그룹 구광모 회장(2조780억원)의 주식 평가액보다 높은 수치다. 이 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한국의 50대 자산가 순위 18위에 오르기도 했다. 

에코프로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시선이 쏠린다. 에코프로그룹은 현재 지주사 에코프로를 통해 상장사 3곳, 비상장사 21곳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에코프로 지분 19.4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가족 회사 이룸티엔씨에서는 5.54% 지분을 확보한 2대 주주다. 에코프로는 다시 상장사 에코프로비엠(46%)과 에코프로엔에이치(47%)를 지배하고 있으며, 비상장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지분 51%), 에코프로이노베이션(지분 97%), 에코프로씨엔지(지분 47%), 에코프로에이피(지분 90%) 등도 거느리고 있다. 이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지주사인 에코프로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거대한 기업집단으로 성장한 에코프로는 대기업집단 편입도 앞두고 있다. 경이로운 실적으로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으로 편입되면 총수 일가의 지분과 내부거래 현황 정보를 매년 제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검토를 거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또 주식 부당거래 의혹…연이은 악재도

다만, 에코프로 역시 성장 과정에서 잇단 악재로 여러 구설에 올랐다. 먼저 에코프로는 전·현직 임직원들의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은 3월16일 충북 청주시 에코프로 본사에 수사 인력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2020~21년경 에코프로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후 부당이익을 얻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채 회장 역시 불공정거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에코프로의 중장기 공급계약 정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가기 전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수한 후, 이를 팔아 약 11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서 이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으며 지난해 10월 항소한 상태다. 이 외에 에코프로비엠 전·현직 임직원 5명도 이 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1년6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에코프로의 부정거래 의혹에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암초를 만났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 제도 등을 상장의 중요한 심사 요소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에서 지속적으로 불공정거래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2016년 호텔롯데, 2018년 SK매직도 모회사의 오너 리스크 이슈로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에코프로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폭락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먼저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주가가 향후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 대해 “이차전지 섹터 내 기업 중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장 잘된 기업이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며 “상당한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매도 의견을 낸 바 있다. 통상 증권가에선 향후 해당 기업의 주가 흐름이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 ‘중립’ 의견을 내놓으며 매도 리포트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러한 관행 속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중립 의견이 아닌 직접적인 매도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아울러 에코프로 임원들이 잇따라 자사 주식을 매도하면서 투자자들도 술렁이고 있다. 통상 회사 사정에 밝은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주가 고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관과 외국인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우고 있다. 이달 들어(4월3~17일)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 2위는 에코프로(1324억원), 3위는 에코프로비엠(841억원)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 1위는 에코프로(1595억원)였다. 이 같은 악재들은 향후 에코프로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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