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만에 또 화재’ 화순 요양병원…스프링클러·방화셔터가 참사 막았다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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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기계실 불, 위층으로 번지지 않고 40분 만에 진화
검은 연기 중앙계단 통로 타고 순식간에 4층까지 확산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 지하 기계실에서 불이 났다.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병원 전체로 확산하면서 아찔했던 순간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2시 39분께 화순읍 요양병원 지하 2층에 위치한 기계실에서 그라인더로 철판 절단작업 도중 일어난 불은 46분 만에 꺼졌다. 스프링클러와 방화문(방화셔터) 덕에 큰 화를 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 지하 기계실에서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분 만에 진화됐다. 간호사와 직원들의 침착한 대응과 스프링클러, 방화벽 덕에 큰 화를 면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19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 지하 기계실에서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분 만에 꺼졌다. 간호사와 직원들의 침착한 대응과 스프링클러, 방화벽 덕에 큰 화를 면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스프링클러·방화문’ 덕에 큰 화(禍) 면해

불이 나 화재감지기가 경보를 울리자마자 검은 연기는 지상 4층짜리 건물 중앙계단을 통로로 삼아 순식간에 요양병원 전체에 퍼졌다. 간호사 A씨는 “영화에서 보던 장면 같았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보호자 유아무개(65)씨는 “1층에서 운동하다가 짧은 화재 경보음 소리를 듣고 거동이 불편한 아내가 입원해 있는 2층으로 급하게 뛰어올라갔다”며 “다행히도 연기가 번지지 않아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도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덕에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건물 지하 기계실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불이 더 이상 위층으로 확산하지 않고 오후 3시 25분께 완전히 진화된 것이다. 이어 각층 병실 간호사들이 신속하게 방화셔터를 내려 연기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화재 당시 지상 4층 규모인 요양병원에는 136명의 환자와 50명의 종사자가 머물고 있었다. 병실에 갇힌 입소자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특히 2층에는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와상(침상) 환자 37명이 입원 중이었다. 

민종택 화순소방서 생활구조팀장은 “요양병원 계단을 통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진 연기가 거동이 어려운 와상환자가 입원한 2층에 퍼졌을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며 “다행히 직원들이 침착하게 방화문을 닫아 연기 확산을 차단함으로써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병원에서 빠져 나온 거동불편 환자들이 길 건너편 교회 1층 로비에서 전원을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9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병원에서 빠져 나온 거동불편 환자들이 길 건너편 교회 1층 로비에서 전원을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연기에 갇힌’ 요양원…침착한 대응, 모두 경상

긴박한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침착한 대응이 빛났다. 각 병동 간호사와 직원들은 가장 먼저 중앙계단 방화셔터를 내려 연기 확산을 차단했다. 이후 긴급 구조와 대피가 이뤄졌다. 중앙계단 반대편 계단에는 아직 연기가 차지 않은 상황을 확인한 간호사와 직원들은 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부터 챙겼다. 

한 사람씩 둘러업거나, 양쪽에서 팔다리를 붙들어 붙잡아 들고, 이마저도 여의찮으면 이불로 환자를 싸매서 보쌈하듯 옮겼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재활환자는 눈에 보이는 대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라고 대피를 유도했다.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간호사와 직원들은 자신들보다 몇 배 많은 수의 환자를 대피시켰다. 서너명이 달라붙어도 옮기기 힘든 침상 환자는 건물 처마 지붕이자 2층 테라스까지 임시로 옮겨놓고 소방대가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렸다가 오후 6시 30분께 모두 무사히 빠져나왔다.

19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 지하 기계실에서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 관계자가 사고발생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9일 오후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 지하 기계실에서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 관계자가 사고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대피 늦은 환자 15명도 소방당국이 구조

소방당국의 상황판단도 돋보였다. 거동 불편 환자 다수가 대피하지 못한 사실을 파악한 소방당국은 사상자 발생을 우려, 이날 오후 3시 5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건물 내부에서 15명을 구조했다. 나머지 환자 121명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거나 자력으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건물 내부 인명 검색을 모두 마친 오후 4시 26분께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당국은 요양병원 입소자 63명이 타 요양병원 등으로 전원 조치됐고,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지하 작업자 1명으로 분류했다. 

이날 화재로 요양병원 건물에서는 중상자 1명과 경상자 2명이 발생했다. 중상자는 지하 2층 기계실에서 그라인더로 철판 절단을 하던 작업자인데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상자 12명은 모두 요양병원 입소자인데 단순 연기흡입으로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무사히 대피한 나머지 입소자 120여 명은 지역 다른 요양병원으로 분산될 예정이다.

 

보수·수리 중 불…‘외양간 고치려다 불낸 꼴’

소방당국은 지하 목욕탕 보일러실 환풍기를 설치하기 위해 그라인더로 철판을 절단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달 10일 같은 장소에서 불이 났는데 이를 보수·수리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다 불낸 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가 난 건물은 20년 된 건물로 지상 1~4층 요양병원과 함께 사우나, 골프연습장이 있는 복합건물이다. 현행법에선 복합건물에 요양병원이 들어 설수 없지만 9년 전 인허가 당시에는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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