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송영길 돈봉투’ 의혹에 이재명은 무관한가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1 09:35
  • 호수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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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JTBC가 특종 보도한 전화 녹음파일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흥미롭다. 강래구씨가 이정근씨에게 말한 내용이다.

“내가 조금 ‘성만이 형 준비해 준 거 가지고 인사했다’고 (송영길 전 대표에게) 그랬더니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영길이 형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많이 처리를 했더라고.”

여기서 영길이 형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기 위해 돈봉투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송영길 전 의원을 지칭한다. 송 전 대표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직접 돈봉투를 “많이 처리했다”는 얘기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2021년 4월10일. 5월2일 전대를 20여 일 앞두고 한 표라도 더 긁어모으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때다. 송영길 후보가 역대 최소 0.59%포인트 차이로 홍영표 후보를 따돌리고 대표가 됐으니 현재까지 드러난 9400만원어치 돈봉투가 1, 2위를 바꿨다고 주장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런데 강래구씨는 자신이 준비한 돈과 별도로 “영길이 형이 많이 처리했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어디서 그 많은 돈을 구한 걸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영길이 형’은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했나

실마리를 찾으려면 2021년 전체를 오가는 시간여행이 필요하다. 송영길 당대표가 뽑힌 2021년 5월 전대는 다섯 달 후 10월10일 이재명 대선후보가 확정된 민주당 대권 레이스의 전초전이었다. 2021년 벽두부터 민주당은 대선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국민 지지율은 높지만 당내 비주류였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선 경선의 룰을 세팅할 당대표에 자기편을 앉혀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개인은 똑똑하지만 비주류 처지를 면치 못해 두 번 연속 대표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송영길 역시 동병상련, 이재명한테 올인했다. 이·송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2인3각 하듯 2021년 초입→당대표 경선(5월)→대선후보 경선(6~10월)으로 한 몸처럼 달렸다.

둘의 동맹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10월10일 제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이 대장동 의혹에 시달리던 이재명에게 압승함으로써 양자 결선투표 가능성이 열릴 때였다. 득표율에 대한 규정 미비로 이재명 후보의 누적 득표율이 50.29%냐 49.32%냐로 시비가 붙었는데 송영길 대표는 눈을 질끈 감고 50.29%를 선언했다. 이낙연 쪽의 결선투표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중에 송영길 돈의 실마리를 이재명 쪽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심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물증과 진술이 명료하게 나와야만 판결이 내려진다는 사법처리적 관점에선 예단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소금 먹은 놈이 물켠다’는 속담에서 보듯 받은 게 있으면 주게 돼있는 인간 세상의 원리에 비춰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소금 먹은 놈이 물켜는 게 인간 세상의 원리

대장동 사건의 공소장 등을 검토해 보면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씨가, 본인은 부인하지만 2021년 2월 경선자금 2억원을 대장동 일당에게 요구했다거나 4~8월경 6억원을 정치자금으로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5월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인 2~4월 이재명 대선 캠프의 핵심에서 돈이 활발하게 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 시기에 이 대표와 한 몸 관계인 송 전 대표가 돈봉투를 만들어 뿌린 것으로 나타났으니 둘의 관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 또 하나.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사건 등 자기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송영길 돈봉투’ 의혹은 검찰이 수사해 달라고 다른 태도를 보인 대목이다. 송 전 대표의 입장에선 ‘이재명 대표가 안면 몰수하려는 건가’ 하고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재명과 송영길은 결별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가늠키 어려운 일이 전개될 것이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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