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군 요양병원 지하 목욕탕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피난약자시설과 다중밀집이용시설이 복합된 해당 건물의 화재 시설 관리 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단순 개인 과실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간접 화재 책임자를 가려 형사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전남 화순경찰서에 따르면 작업 과정에서 불을 낸 혐의로 60대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을 검토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39분께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요양병원 지하 목욕탕 보일러실에서 환풍기 닥트 교체공사를 위해 철판 절단작업을 하다가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불이 나자 연기를 흡입한 A씨는 잠시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과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건강이 회복된 만큼 조만간 A씨의 진술을 받아 적용 혐의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특정하기 위해 오는 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함께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건물 시설관리자 등의 과실 책임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추가 입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전날 발생한 요양병원 지하 목욕탕 보일러실 화재로 A씨를 포함한 20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24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불은 오후 2시 39분께 화순읍 요양병원 지하 2층에 위치한 기계실에서 그라인더로 철판 절단작업 도중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 가운데 불은 46분 만에 꺼졌다. 

불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더 확산하지 않았지만 연기가 건물 전체로 퍼져나가며 요양병원 환자 136명과 종사자 50명이 대피했다. 이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침상 환자 15명은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구조 활동을 벌인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화재 당시 지상 4층 규모인 요양병원에는 136명의 환자와 50명의 종사자가 머물고 있었다. 병실에 갇힌 입소자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특히 2층에는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와상(침상) 환자 37명이 입원 중이었다. 

스프링클러와 방화문(방화셔터) 덕에 큰 화를 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순소방서 관계자는 “요양병원 계단을 통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진 연기가 거동이 어려운 와상환자가 입원한 2층에 퍼졌을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며 “다행히 직원들이 침착하게 방화문을 닫아 3~4시간 상당의 구조 골든타임을 확보해줘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와 이날 7시30분부터 사고현장 길 건너편 교회 1층 식당에서 진행된 고용노동부 조사를 토대로 한 사고 상황은 이렇다. 노동부 조사에서 당시 화재 진압을 위해 지하 2층 화재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던 해당 요양병원 한 관계자의 말이다.

“불이 난 지하 기계실에 뛰어 들어가 보니 작업자들이 환풍기 닥트 교체공사를 위해 그라인더로 철판을 절단 작업을 했던 것으로 보였다. 아마도 절단작업 도중 불꽃이 튀어 불이 난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환기가 제대로 안 돼 A씨의 광주의 G업체와 244만원에 보수공사를 의뢰했다. 사고 당시 작업자는 2명이었다. 화재가 나자 작업자 한 명과 함께 진압하다가 도중에 나가 혼자서 불을 껐다.” 작업자 1명은 지하실이 아닌 지상에서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건물은 2003년 건축허가를 받아 신축된 건물로 지상 1~4층 요양병원 시설과 골프장이 입주해 있고, 지하 1층에는 다중밀집이용시설인 사우나·찜질방이 운영되고 있는 복합건물이다. 현행법에선 복합건물에 요양병원이 들어 설수 없지만 9년 전 인허가 당시에는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6시 8분쯤에도 이 건물 보일러실 배전반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해 100여명이 자력 대피하는 사고가 났다. 당시 소방 측 정밀 점검에서는 지적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