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전세 피해자 70%, ‘근저당’ 탓에 최우선변제 못 받아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4.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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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미가입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24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센터 현황을 들은 뒤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정복 인천시장이 24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센터 현황을 들은 뒤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70% 가량이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차인 보호를 위한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 대다수가 근저당 설정 시점에 따라 보증금 지급 기준이 달라지는 최우선변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는 24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이같은 전세사기 피해 현황을 전달했다.

인천의 이른바 '건축왕', '청년 빌라왕', '빌라왕' 등 전세 사기범들이 소유한 주택의 수는 총 3008호다. 이 중 건축업자 남아무개씨로 인한 피해가 큰 미추홀구의 경우 2479호 중 1523호가 담보권 실행 경매(임의 경매)에 부쳐졌고, 지금까지 87호의 매각이 완료됐다. 남씨의 경우 준공된 건물을 담보로 계속 대출을 받아 새 주택들을 지었기 때문에 미추홀구에서는 근저당 설정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

소액 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변제를 통해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최우선변제의 기준인 보증금 상한액은 2∼3년 주기로 개정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맞춰 꾸준히 상승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미추홀구 피해 임차인의 약 70%의 경우 최우선변제 기준이 근저당 설정 시기로 정해져 있어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근저당이 설정된 경우에는 최우선변제의 적용 시점을 담보권 실행일로 보고 있다. 남씨는 준공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 건물을 지었기에 남씨 소유의 아파트·빌라에선 준공 때부터 담보권이 실행된다.

전세사기 피해로 숨진 A씨의 경우 보증금 9000만원으로 전세 재계약을 할 당시 최우선변제금 적용 보증금이 1억3000만원이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는 2017년 근저당이 설정됐고 설정 당시 기준으로 보증금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기에 보증금 변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천시는 근저당으로 인한 피해가 많은 미추홀구에서는 일반적 깡통전세 피해와 다른 접근법을 취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미추홀구 피해 임차인들은 근저당 설정 탓에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근저당이 있는 까닭에 전세금이 비교적 낮게 매겨져 있어 청년 거주자의 비중이 높다.

최태안 인천시 도시계획국장은 "청년들이 오죽하면 리스크 있는 물건에 전세로 들어갔겠느냐"며 "청년들의 보증보험 가입 수수료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리스크가 있는 전세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저리 대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세금을 저리로 대출해 준다 해도 결국 채무가 증가하기 때문에 채무 탕감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인천시는 근저당이 설정된 곳의 경우 전세가율을 추가로 강화하고 전세대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정부는 경매가 끝나 퇴거당한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240여가구에 대해서는 추가 구제책을 고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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