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송장 상태’ 진단받은 美 퍼스트리퍼블릭…예금 41% 줄어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4.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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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여파…예금 줄고 수익성 악화
시간 외 거래서 20% 이상 주가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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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점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예금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 실적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말 예금이 1045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1766억 달러) 대비 40.8% 감소한 것이다. 시장의 1분기 예상 예금액 평균치는 1450억 달러였지만, 실제 현금 대량 인출 사태(뱅크런) 규모는 예상치를 웃돌았다.

퍼스트리퍼블릭 예금 보유액에는 지난달 JP모건 등 대형 은행 11곳으로부터 지원받은 300억 달러가 포함돼 실제 감소액은 1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WSJ는 추산했다. 수익성도 나빠져 1분기 순이익은 2억6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했다. 매출은 13% 축소된 12억 달러였다.

WSJ은 퍼스트리퍼블릭의 현 상황을 '산송장(Living Dead)'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1000억 달러가 넘는 연방준비은행(FRB)과 연방주택대출은행(FHLB) 등 차입금에 대해 대출해서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지난달 초 이후 90% 가깝게 하락했고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는 한때 20% 이상 떨어졌다. 닐 홀랜드 퍼스트리퍼블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보고서에서 "대차대조표를 재조정하고 지출과 단기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직원을 20~25% 줄이고 임원 급여도 삭감할 계획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등 부호들에게 저금리로 거액의 담보대출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가 급등하자 고객들은 은행의 적은 이자에 만족하지 못해 고금리의 다른 대안으로 돈을 옮기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SVB의 파산은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잔액을 가진 고객들의 불안감을 야기했고, 이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이어졌다.

최악의 경우 은행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한국의 국부 손실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이 은행 지분을 상당 수준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 매각이나 외부 자본 투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은행 측은 "전략적 선택지들을 추구한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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