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배터리 수요에 국내·외 가리지 않는 투자 러시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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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현대차’, ‘삼성SDI-GM’ 등 배터리 동맹 가동
IRA 따라 한국서 가공해도 보조금 가능…국내 투자도 ↑
2020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앞에서 악수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SK·현대차 제공
2020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앞에서 악수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SK·현대차 제공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세에 발 맞춰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 흐름으로 배터리 셀 업체의 주문이 폭증하자 생산능력 확충에 나선 것이다. 지역도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K-배터리’의 지도가 전 세계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계 간의 합종연횡이 가속되고 있다. 25일 현대차그룹 3사(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이사회를 열어 북미 배터리셀 합작 법인 설립 안건을 승인했다. 합작 파트너는 SK온이다. 현대차그룹 측과 SK온 측은 각각 25억 달러(약 3조2500억원)씩 부담해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카운티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합작공장은 인근에 기아 조지아 공장(189㎞),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04㎞), 2025년 완공될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460㎞)이 있어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배터리셀 현지조달을 통해 미국 전기차 판매 확대를 겨냥한 ‘동맹’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SDI는 미국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과 삼성SDI는 미국에 새 합작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는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26억 달러(약 3조4710억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보다 클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에 세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올 초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네 번째 배터리 공장을 짓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대신 삼성SDI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공장 부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 계획했던 인디애나주가 유력하다. GM 입장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소재기업인 에코프로는 국내 양극재 기업 최초로 유럽 현지 생산에 나섰다. 에크로프는 지난 21일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에코프로글로벌 헝가리 사업장’ 착공식을 열었다. 에코프로는 2024년까지 3827억원을 투입해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이 완성될 경우 에코프로는 연산 10만8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연간 전기차 약 13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를 위해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에이피 등 그룹 내 양극재 분야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이 참여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양산하는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세종공장 모습 ⓒ포스코퓨처엠 제공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양산하는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세종공장 모습 ⓒ포스코퓨처엠 제공

美 보조금 불확실성 떨치자 국내 투자 가속화

배터리 기업들의 국내 투자 역시 크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2025년까지 6148억원을 투자해 포항에 4만60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짓는 공장은 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을 원료로 만든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한다. 고성능 전기차에 많이 사용되는 하이니켈 양극재는 최근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SK온은 연구개발(R&D) 개발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2025년까지 47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SK온은 연구원 시설을 확장하고,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및 글로벌 품질관리센터(G-VC)를 신설할 계획이다. SK온은 이번 투자를 통해 신규 폼팩터를 보다 쉽게 개발하고 수주 경쟁력도 제고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차세대배터리 전문 연구시설을 확대, 하이니켈로 대변되는 현재의 기술적 우위를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LG화학 역시 최근 중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연 5만톤 양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75㎾h 용량 기준 전기차 100만 대 분량이다.

배터리 업체들이 국내·외 투자를 가속화하는 이유는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인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위해서는 배터리 거점 위치가 중요하다. 때문에 완성차 입장에서는 북미 공장을 필수적이다.

소재 기업은 다소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양극재, 전구체는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생산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내 투자가 확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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