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도, 무거워도 문제? 與 ‘태영호 징계’ 딜레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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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시 2달 차 지도부에 혼란 vs ‘경징계’는 국민여론 역행
與 “어느 선택이든 당에 악재”…전문가 “상식적 결정 내려야”

‘4·3 및 김구 폄훼 논란’에 휩싸인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도부에서도 고립된 모양새다. ‘전광훈 리스크’와 관련해 김기현 대표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다. 동시에 태 최고위원의 징계도 점차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징계수위에 대해선 지도부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더불어 태 최고위원에게 중징계를 내릴 경우 ‘지도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경징계에 그친다면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일며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태영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태영호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립무원’ 태영호…與 지도부도 ‘징계’로 방향 잡은 듯

태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의 ‘경고’ 때문에 근신 중이라는 해석을 반박했다. 그는 직전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한 사유에 대해 “그 누구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적 사유로 불참한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제가 최고위에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4·3’과 ‘김구 선생’ 논란 발언들은 “소신대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당원들이 선택해줬기 때문이다. 저는 엄한(애먼)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발언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광훈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시인했던 김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 최고위원의 행보를 두고 당 지도부에선 질타가 이어졌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24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태 최고위원의 발언 의중에 대해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왜 그랬는지 한 번 물어보라. 본인은 전광훈 목사랑 아무 관계없다고 강조하면서 왜 그런 식으로 오해받을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기가 책임져야 할 위치에 가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2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개인 신상 발언을 꺼낸 그 자체로 적절치 않았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태 최고위원이) 선거 때 ‘애먼 곳’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제 기억으로 태영호 의원이 선거 때 가장 크게 도움을 요청했던 분은 김 대표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지도부 내에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다음주에 윤리위원회 첫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김재원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도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추가 기우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윤석열 정부 성공에 지도부의 모든 운명이 결정돼 있기에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면 윤리위원회가 단호한 징계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원과 동시 중징계 부담” vs “경징계? 중도 확장 걸림돌”

지도부에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중징계와 경징계 사이에서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이다. 당 관계자도 “윤리위원회 소관이지만 어떤 징계 수위의 결정을 내리든 지도부에 악재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기현 대표도 본인을 겨냥한 태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5·18 극우’ 망언을 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이어 태 최고위원까지 중징계에 처해질 경우 출범 2개월도 안 된 지도부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징계 수위에 따라 두 최고위원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도 달려있다. 만약 두 최고위원이 ‘양두구육’, ‘품위손상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처럼 ‘1년 이상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내년 총선 공천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친윤(친윤석열)계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실언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 같은데 중징계는 과한 느낌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태 최고위원에게 경징계를 내리면 중도층 민심과 역행할 우려도 있다. 당 지지율 자체도 위기지만 특히 4·3 발언에 민감한 제주와 호남 민심은 집을 나간 수준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7~2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발표한 결과, 국민의힘의 제주 지지율은 10.0%, 호남 지지율은 18.8%까지 추락했다.

이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중도 외연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충청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안 그래도 최고위원들의 극우 실언 발언으로 중도층 민심마저 돌아설 판국인데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도 단순 보여주기 식으로 그친다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유권자들의 상식과 판단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의 응답률은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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