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영웅도 기후 앞에선 무릎 꿇었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30 14:05
  • 호수 17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명의 흥망성쇠 촘촘히 살핀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기후가 문명의 탄생과 흥망성쇠, 발달 속도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류의 사회와 문화는 다양한 양상으로 분화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분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오늘날 다양한 문화권으로 나뉜 세계의 모습은 기후의 지리적 분포와 그 변화에 따른 문명의 흥망성쇠가 세계의 모습을 다채롭게 빚어온 데 따른 결과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교육과 이동민 교수는 강단에서 지리학 강의를 하면서 늘 관심을 두고 있던 전쟁사 이야기를 학생들 앞에서 수시로 했다. 애초에 지리학과 역사학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가까운 학문이라 강의할 때 사례로 든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 교수는 기후변화가 전쟁사는 물론 인류 문명사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의 인류사 역시 기후변화, 기후위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교수가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를 집필한 계기다.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이동민 지음│갈매나무 펴냄│288쪽│1만8500원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이동민 지음│갈매나무 펴냄│288쪽│1만8500원

세계사 흐름, 기후 떼놓고는 이해 불가능

“중국 역사에서 300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통일 왕조가 들어서지 못하고 오랫동안 나라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도 못했던 난세를 위진남북조 시대라 부른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신출귀몰한 능력을 갖춘 여러 영웅호걸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이어진 난세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영향이 컸다.”

이 교수는 이런 예를 들어가며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가 기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세계사의 흐름은 기후를 떼놓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한무제, 칭기즈칸 같은 인물들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위인이고 영웅호걸이다. 하지만 그들의 역량이 대제국 건설로 이어졌느냐 아니면 허망한 몰락으로 끝났는가의 차이를 살펴보면, 기후의 변화가 그 기저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요컨대 흔히 말하는 ‘천명’이라든가 ‘하늘의 뜻’과 같은 것은 따지고 보면 ‘기후변화’라고 보아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 교수는 ‘기후’라는 렌즈를 통해 인류의 시간 전체와 지구 공간 전역을 지리학자만의 드넓고도 촘촘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세계사 구석구석에서 문명의 운명을 이끈 기후의 힘을 조명한다. 남아프리카에서만 살던 초기 인류가 어떻게 지구 곳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는지,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 대륙별로 문명 발달 양상이 왜 다르게 나타났는지, 마야·로마·몽골·중국 등 찬란한 문화를 이룬 거대한 제국들이 어떻게 흥망성쇠를 거듭했는지 기후변화의 흐름에 따라 살펴본다.

“전근대에 자연스럽게 일어난 기후변화가 기근과 민란을 초래하며 대제국을 멸망케 했다면,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선진국의 첨단 기술과 강대국의 정예 군대로도 감당하기 힘든 인류 역사상 미증유의 위기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제국을 무너뜨린 전근대의 기후변화, 그리고 세계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