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 파문’에 당내서도 역풍…“거짓말 멈추고 국회 떠나라”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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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대통령실이 현역 의원에게 하수인 역할 하도록 공천 협박”
태영호 “보좌진에 과장 섞어 말해” 이진복 “공천 전혀 언급 안 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태영호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월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태영호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징계 위기에 몰린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또 다른 악재에 직면했다. 태 의원이 보좌진과의 회동에서 ‘대통령실에서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을 옹호하도록 압박했다’고 발언한 녹취록이 유출되면서다. 태 의원과 대통령실이 녹취 내용이 과장됐다고 해명했지만, 당 일각에서 ‘의원직 사퇴’ 주장이 제기되는 등 역풍이 거세게 이는 모습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태 최고위원의 논란이 불거진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라며 “믿기 어렵지만 (논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개입 가능성에 대해 저는 누누이 경고해왔다”며 “오늘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 봉투’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깨끗하고 더 떳떳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들께서 신뢰할 수 있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며 의원직 사퇴 촉구 목소리도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진복 정무수석은 당무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아니라 태 최고위원이 전혀 없는 일을 꾸며내 거짓말한 것이라면, 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태 최고위원은 없던 일을 지어내서 보좌진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본인의 명예를 완전히 내던지는 해명”이라며 “자기 말을 스스로 뒤집는 엉뚱한 해명으로 전 국민 앞에서 거짓말쟁이 또는 사기꾼이라고 자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전하게 비밀이 보장된 내부 회의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뜻은 태 최고위원은 숨만 쉬면 거짓말을 한다는 의미”라며 “자기 공천을 확인받기 위해 역사를 팔아먹은 사람이면 국가도 팔아 먹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양심이 없는 태 최고위원은 아무리 보아도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의원직 사퇴만이 사태 수습의 유일한 길이고 국민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고 촉구했다.

앞서 MBC는 1일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천을 거론하며 한·일 관계를 옹호하라고 했다’는 내용의 태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록을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말했다고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언급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태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정무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을 내놓았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논란에 대해 “(태 최고위원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서 저도 깜짝 놀랐다. 공천은 당에서 하는 것이다. 제가 누굴 공천주고 말고하는 위치의 사람도 아니다”라며 대통령실 공천 개입설을 거듭 일축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이 자기 (의원실) 직원들에게 설명하다보니 과장되게 이야기한 것 같다”며 “(태 최고위원이) 내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고 저도 그렇게 사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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