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국내 전시 머지않았다”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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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
“청주시가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최근 연 특별전에서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소개했다. 청주시가 프랑스국립도서관과 각종 협력사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직지가 전시될 시작점이기도 하다.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상·하권으로 간행됐다. 국내에서 원본이 발견되지 않았고, 하권 1권만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은 5월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직지의 국내 전시를 위해 프랑스국립도서관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은 유네스코 직지상(賞)이 제정된 지 2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라며 “우리나라와 청주가 세계 지식정보문화의 활동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이라고 했다.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 ⓒ청주시 제공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 ⓒ청주시 제공

최근 프랑스 출장에서 직지를 직접 본 소감은.

“직지는 1973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50년 만에 공개됐다. 600년이 넘은 책이라고 하기엔 종이 등 보관상태가 무척 양호했다. 매우 놀랐다. 대한민국 국민, 청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간 직지에 대해 배우고 생각만 했는데, 눈으로 직접 본 순간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번 프랑스국립도서관 특별전에 참여한 의미는. 

“우선 인류문명에 큰 발전을 가져온 금속활자 인쇄술에 있어 동양의 직지가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서와 처음으로 함께 전시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이란 전시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럽의 인쇄역사를 소개하는 전시였는데,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전시 도입부에 직지를 소개했다. 직지가 전 세계인에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유의미한 자리에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초대를 받아 참여해 직지가 탄생한 청주를 각인시켰다. 다만,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주시는 전시 영상을 잘 찍어 생생한 모습을 시민들께 보여드릴 계획이다.”

직지의 국내 전시를 위한 프랑스국립도서관과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프랑스와 신뢰 구축이 핵심일 법한데.

“그간 직지의 국내 전시를 위해 청주시와 정부는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프랑스 측은 대여 시 압류 가능성을 우려한 탓에 추진이 어려웠다. 국회 차원에서도 압류 면제조항의 제·개정을 시도했으나, 23만여 점이나 되는 국외 소재 문화재에 관한 압류 면제조항을 신설하는 데 난항을 겪은 끝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외 소재 우리나라 문화재가 국내에 전시됐던 적도 있었다. 프랑스와 신뢰를 쌓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그 목적으로 프랑스국립도서관과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주시는 이번 프랑스 방문에서 프랑스국립도서관 측 관계자와 국내 전시 가능성을 협의했다. 양국 중앙정부 차원의 협의도 병행된다면 머지않아 직지가 태어난 청주 흥덕사지의 고인쇄박물관에서도 직지 전시가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프랑스국립도서관과 추진 중인 협력사업을 소개하자면.

“2021년 직지 원본 보존을 위해 프랑스국립도서관과 협약을 맺고 글로벌 연구팀을 구성했다. 현재 직지의 종이와 먹 등의 과학적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분석한 데이터로 기존 영인본보다 훨씬 정교한 복제본을 제작했고, 올해 4월 프랑스국립도서관 측에 전달했다. 이에 로랑스 앙젤 프랑스국립도서관장은 이 협업을 우수사례로 소개했고, 향후 양 기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협조하기로 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열린 직지 문화제에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원들을 처음으로 초대하는 등 직지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지난 4월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직지심체요절 원본을 바라보고 있는 이범석 청주시장 모습 ⓒ청주시 제공
지난 4월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직지심체요절 원본을 바라보고 있는 이범석 청주시장 모습 ⓒ청주시 제공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해 내년 제정 20주년을 맞는 ‘직지상’ 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

“2024년은 유네스코 직지상이 제정된 지 2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이번 출장 때 유네스코 정보커뮤니케이션부 타우픽 젤라시(Tawfik JELASSI) 사무총장보를 만나 내년 직지상 방안을 논의했다. 올 하반기 청주에 건립 예정인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에서 진행하는 게 의미가 깊을 것이란 의사를 전달했고, 그도 공감했다.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정 취지와 유네스코 직지상 제정의 의미를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는 데 양 기관이 뜻을 모았다. 청주시는 내년 유네스코 직지상 제정 20주년이니만큼 역대 수상기관을 대상으로 기록의 중요성과 보존 노력을 소개하는 특별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기록의 중요성을 시민 여러분께 알리겠다.”

직지상 시상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직지상은 금속활자를 발명한 창조적 가치와 세계 최고의 역사적 가치, 지식정보의 공유·확산의 가치, 예술·문화적 가치를 통해 우리 민족의 뛰어난 역량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데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대한민국과 청주를 세계 지식정보문화의 활동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특히 직지상은 세계 기록유산 분야 최초의 상이자 지방자치단체가 공여하는 유일한 상이다. 직지상이 제정된 것은 직지뿐만 아니라 청주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운천동 옛 한국공예관 일원에 건립 중인 국제기록유산센터의 역할을 소개하자면.

“운천동에 건립 중인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전 세계 기록유산의 안전한 보존과 관리, 보편적 접근을 증진하기 위한 유네스코 기록유산 분야 최초의 유네스코 ‘카2센터’다. 흔히 유네스코가 직접 운영하는 산하 기구를 ‘카테고리 1 센터’, 유네스코의 승인을 받아 회원국이 운영하는 협력 기구를 ‘카테고리 2 센터’라 일컫는다. 청주시와 국가기록원은 유네스코와 협정을 통해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설립을 결정했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전 세계 각국의 경험과 협력을 토대로 글로벌 기록유산의 보존·정책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또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국가별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의 개발·수행과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전 세계 연구관들의 학제 간 연구인 ‘From Jikji to Gutenberg’ 프로젝트에 참여해 글로벌 기록문화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경으로 대표되는 동서양의 기록유산을 포괄적으로 연구하면서 우리나라의 발전된 인쇄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9월 개최 예정인 2023청주공예비엔날레를 간략하게 홍보해달라.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시작해 격년마다 청주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행사이자 세계 최초·최대 규모의 공예 분야축제다. 매회 국내외에서 30만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다. 청주시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이 행사를 개최해 국제 전시행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청주시는 올해 세계 공예계와 청주시민,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9월1일부터 10월15일까지 청주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공예비엔날레 본전시에는 약 20개국 90명 내외 작가가 참여해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초대 국가 주빈국은 가우디의 나라인 스페인이다. 청주시는 스페인공예진흥원(Fundesarte)과 협력해 낯설고도 신비로운 스페인 공예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여기에 세계 공예계의 흐름을 이끌 우수한 작가를 발굴하는 청주국제공예공모전, 250여 팀 500여 명의 시민·예술인이 주도하는 복합문화 힐링마켓 ‘어마어마 페스티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피카소 도예’ 등을 진행한다. 올가을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만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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