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 토로한 송영길…檢·尹정부 저격하며 “김건희 수사는?”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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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협의 없이 자진 출두한 송 전 대표 로비서 돌려 보내
송 전 대표, “정치적 기획 수사” 항변하며 혐의 재차 부인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예상대로 조사는 불발됐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의 행태를 맹비난하며 "정치적 기획 수사"라고 항변했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살포 연루 가능성을 재차 부인하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역공에 나섰다.  

송 전 대표는 2일 오전 10시10분께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향해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길 바란다"고 돈봉투 의혹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귀국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저를 소환하면 자연스럽게 검찰 수사에 대해 말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저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예고대로 로비에서 돌려보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자신의 최측근들을 옥죄며 먼지털기식, 기우제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신혼부부, 워킹맘 등 20·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 임의동행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 대상이 된다는 건 정말 고통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털이, 먼지털이식 별건 수사로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인격살인하는 잔인한 검찰 수사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수사 시작 전 피의사실이 유출되고 전 언론에 공개돼 매일 추측성 기사가 남발하면서 한 사람 인생을 짓밟아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돌아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돌아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2년 전 일을 지금? 정치적 기획 수사, 용납 어렵다"

송 전 대표는 이번 수사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검찰이 증거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송 전 대표는 다른 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녹취록 유출자를 고소함에 따라 녹취록 증거능력이 부족해지면서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자신과 측근들의 주거지, 후원 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정근) 녹취파일을 변호사와 본인 입회 없이 임의로 분석해 (검찰이) 언론에 유출했다면 심각한 범죄행위고,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라며 "2년 전 전당대회가 끝났고 제가 지금 정치도 안 하는데 소환해 정치기획 수사를 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민주당 돈봉투 의혹 수사를 공안부가 아닌 반부패부가 진행하는 점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 연루 정황이 드러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해야 할 특수부가 야당 수사에 올인해선 되겠느냐"며 "민심 이반을 검찰 수사로 바꿀 수 없다"고 직격했다. 지지율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야당 정치인 탄압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돌아나오고 있다. 송 전 대표는 현시점에서는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진 출두를 강행했다 출입이 거절되자 돌아갔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돌아나오고 있다. 송 전 대표는 현시점에서는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진 출두를 강행했다 출입이 거절되자 돌아갔다. ⓒ 연합뉴스

혐의 재차 부인 "모르는 상황 있을 수도…법정서 다투겠다"

돈봉투 살포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가 100만 명 넘는 사람이 참여하고 저는 후보로서 30분 단위로 전국을 뛰어다녀 제가 모를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수사에 대응하고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연루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송 전 대표가 먹사연 회계 담당자와 파리에서 만난 것을 두고 입맞추기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이번 사건이 나기도 전이었다"며 "그 분은 단체로 프랑스 여행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저와 한 번 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 분의 출국정보가 보도가 된 것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이 언론에 제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명백한 범죄로 관련자를 고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는 송 전 대표 지지자들과 송 전 대표의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뒤엉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지지자들은 "송영길은 죄가 없다" "검찰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송 전 대표를 향해 "정치적 쇼 하지 마" "구속시켜라"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검찰은 2021년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경선 캠프에서 현역의원에 6000만원, 지역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 등에 3400만원 등 총 9400만원을 살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이정근 전 부총장 등 송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한 핵심 관계자 9명을 입건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돈봉투 살포 행위 최종 수혜자인 동시에 이를 사전에 보고 받고 지시·승인 등에 적극 가담한 공범으로 보고 추가 입건했다. 검찰은 후원조직 먹사연이 조성한 기부금 중 일부가 당으로 흘러갔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과 불법 조성 자금 전체 규모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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