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출석 무리수 둔 송영길, ‘檢 맹폭’ 노림수는?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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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부인하면서도 “구속하라”는 송 전 대표…‘구속영장 기각’ 명분 쌓기 해석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선제 출석' 카드를 꺼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수사를 '정치적 기획'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검찰의 거듭된 '조사 불가' 통보에도 자진해 포토라인에 선 송 전 대표가 구속영장 청구 등 향후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밑작업을 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환 통보에 한 발 앞서 움직이면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증명하고, 지지층 결집 효과까지 거두는 등 법적 대응과 동시에 정치적인 전략이 함께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자진 출두를 예고했던 송 전 대표는 2일 오전 9시59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으로 지난달 24일 귀국한 지 8일 만이다.

 

송영길 "저를 구속하라" 했지만, 행보는 영장청구 명분 없애기

검사실로 직행하려던 송 전 대표는 그러나 검찰 측 거부로 로비에서 돌아섰고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격정 발언을 쏟아냈다. 혐의를 부인한 송 전 대표는 검찰이 귀국 이후에도 자신을 소환하지 않고 측근들을 잇달아 조사하고 압박하는 상황을 성토하며 손으로 가슴을 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직격하며 '전근대적' '인생털이' '인격살인' '이중 별건 수사', '총선용 정치 기획'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증거에 기초한 수사를 해야지 사람을 마구잡이로 불러서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잔인한 수사 행태는 반복돼선 안 된다"며 "검찰은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자신을 구속하라'는 송 전 대표의 일성과 달리, 이날 출석이 '불구속'을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송 전 대표의 '셀프 출석'에 대해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도주의 의사가 전혀 없고 도주할 수도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드림으로써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쌓겠다, 그런 여러가지 포석을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귀국하면서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송 전 대표가 결과를 예견하면서도 선제 출석을 강행한 것은 자신의 결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구속영장 청구 명분을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검찰과 출석 조사 일정을 조율하지 않은 채 기습 출석한 정치인들이 잇달아 구속을 면했던 점도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불법 대선자금 모금 의혹을 받던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는 2003년 12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측근들이 구속되자 대검찰청에 기습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총재는 이후 불법 대선자금 조성과 관련해 불입건 처리됐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던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2012년)나 비서 성폭행 혐의로 충격을 안긴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2018년)도 소환 통보를 거부하거나 잠적했지만 결국 스스로 검찰 조사에 응하는 모습을 취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돌아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5월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돌아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언급한 송영길, 與 "특권의식" 비난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기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송 전 대표는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 능력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녹취록 유출과 관련해 이 전 사무부총장이 검찰과 언론사 등을 고소한 점을 지적하며 여론과 지지층에 '검찰의 야당 탄압'을 적극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고 결백을 주장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함께 실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수사를 공안부가 아닌 김건희 여사 연루 정황이 드러난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하는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가 맡은 점을 짚은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입김' 가능성을 거론,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것도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송 전 대표의 출석이 예고된 서울중앙지검 현관에는 지지자들이 나와 "송영길"을 연호하면서 "검찰 해체" "정치검찰 물러나라" "김건희부터 조사하라" 등을 외쳤다. 보수 유튜버 등이 송 전 대표를 향해 욕설을 쏟아내자 지지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에 거듭 조사 불가 입장을 통보했음에도 출석을 강행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특권 의식"이라고 맞불을 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송 전 대표를 향해 "돈봉투 게이트로 궁지에 몰리자 느닷없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한다"며 "특권 의식의 발로"라고 비난했다. 이어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듯하나, 실제로는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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