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측 공세에…유동규, 법정서 고함치다 돌연 ‘호흡곤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2 19: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 전 본부장 건강 이상 우려에 결국 재판 중단
정진상 변호인, 뇌물 전달 진술 바뀐 점 ‘집중 공략’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4월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4월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정진상씨"라고 고함을 치는 등 상대 측 공세에 격한 반응을 쏟아내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면서 급기야 재판이 중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공판에 유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정 전 실장은 2013년 2월∼2020년 10월 각종 사업 추진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7차례에 걸쳐 총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뇌물을 건넸다고 진술한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캐물으며 진술 모순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변호인은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준 1억원 출처는 김만배에서 남욱으로 변경하고, 정진상에게 줬다는 5000만원 출처도 변경했다"며 유 전 본부장 진술이 뒤바뀐 점을 지적했다.

지난 기일 검찰 주신문에서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4월께 김만배씨로부터 받은 1억5000만원을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집으로 찾아가 각각 5000만원과 1억원씩 나눠 전달했다고 진술하며 돈을 건넨 시점과 장소 등을 특정했다.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돈 출처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 '김만배로부터 받은 돈을 쇼핑백에 그대로 전달했나' '즉시 돈을 줬다고 하고 쇼핑백인지, 비닐봉지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과정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헷갈린 부분도 있지만 돈을 전달한 장면은 명확히 기억한다"며 "집에 가서 줬을 땐 비닐봉지가 확실하다. 현관에서 비닐봉지를 쏟았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하지만 법정에서 둘 중 하나를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라며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유 전 본부장이 멈칫하자 정 전 실장 측은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정 전 실장 변호인들은 '2014년 6월 지방선거 전 5000만원을 전달했을 때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 돈을 줬다고 했다가, 다시 아파트 현관 앞에서 줬다고 진술을 변경했다. 뇌물을 준 것은 결정적 진술인데 번복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거나, '장소에 혼돈이 있다고 해도 쇼핑백에 1억5000만원이 들었는데 차 안에 5000만원을 두고 1억원만 김용에게 줬다고 했을 땐 상세히 묘사했는데, 증인이 상황을 믿음직하게 연출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집중 공세를 마주한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 여러차례라 헷갈린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른 기억과 혼재한 것이지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이 돈을 건네려 굳이 밤에 자택으로 찾아간 이유를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진상이형은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 가급적 배려해 직접 가서 편한 방법으로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5월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5월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 진술이 바뀐 점을 거듭 지적하며 검찰의 회유 가능성을 캐물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유 전 본부장은 "거짓말을 할 것 같으면 다 거짓말 아니냐. 이건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누가 무죄가 되든, 유죄가 되든 내 증언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고 거짓 진술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거듭 공세를 펼치자 "정진상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알겠다. 근데 검사와 맞췄다면 (오히려) 조서에 빈틈이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이 "거짓말이 탄로 나 위기에 봉착했다"고 몰아붙이자 유 전 본부장은 피고인석에 앉은 정 전 실장을 노려보며 "왜 모욕을 하느냐. 정진상씨!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고 고함을 쳤다.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의 격한 반응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고성을 뱉은 유 전 본부장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이며 돌연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결국 고혈압 증세가 있는 유 전 본부장의 건강을 염려해 이날 재판을 종료했다.

재판부는 오는 9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반대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정 전 실장은 지난달 21일 보석으로 풀려난 후 이날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했다. 정 전 본부장은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 '보석 후 첫 공판 심경은 어떠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