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조사 불필요” 반박하더니…고개 숙인 광주시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4 17: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시 사흘 만에 입장 바꿔 “설립 아닌 흡수 통합이지만 타당성 검토 대상”
“지방공기업법 아닌 행안부 지침 상 설립 시에 준하는 타당성 검토 필요해”

광주시가 애초 광주관광공사는 신규 설립이 아닌 기관 통합이기 때문에 타당성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나 사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공공기관 통합 후 기관 성격을 놓고 부서 간 이견으로 혼선을 빚은 끝에 입장을 번복하고 광주관광공사 설립은 타당성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내부 부서끼리 광주관광공사 설립을 신설 기관으로 봐야 할지, 기존 기관끼리 흡수 통합으로 명칭만 바뀐 기관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논란을 자초했다. 전자의 경우 용역 등을 통해 타당성 검토를 먼저 해야 하지만, 후자에서는 그 과정이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이 문제는 해당 상임위의 조례안 심사과정에서 불거졌다. 채은지 광주시의원은 지난 1일 지방공사전시컨벤션센터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광주관광공사 설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채 의원은 광주시가 광주관광공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타당성 검토 용역을 뒤늦게 착수했고, 검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조례 제정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절차상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검증심의회’도 개최하지 않았고 행안부 지방공기업 설립 타당성 기준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광주시는 당일 해명자료를 내고 광주관광공사는 기능통합이라 신규 설립을 위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관광공사 설립을 위한 타당성 검토 용역은 실시한 적이 없고 ‘광주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보고서’는 공공기관 조직진단과 기능효율성 용역 결과에 대한 추가 내부 검토 자료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사흘 뒤 입장을 바꿨다. 비록 신설 설립이 아닌 흡수 통합이지만 타당성 검토 대상이라는 것이다. 광주시는 4일 “광주 관광재단과 김대중컨벤션센터를 광주관광공사로 통합하는 것은 타당성 검토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관광재단을 해산하면서 김대중컨벤션센터에 관광 기능을 추가해 관광공사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별도 공기업의 신규 설립이 아니어서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타당성 검토 대상은 아니라고 광주시는 해석했다. 

다만, 행정안전부 지침 상 지방공기업 설립 기준에 따르면 기존과 내용상으로 상이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 해당해 설립 시에 준하는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광주시는 기존에 이뤄진 공공기관 조직진단 및 기능 효율화 용역에 일부 포함된 관광공사 설립 검토보고서를 활용해 ‘설립에 준하는 타당성 검토’ 요건을 충족시킬 방침이다. 시의회에서 지적한 오류 등 검토보고서의 미흡한 부분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다.

앞서 시의회가 관광공사 설립에 필요한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시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관광업무 담당 부서인 신활력추진본부는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인 반면 공공기관 관리업무 부서인 전략추진단에서는 “조례나 정관 변경만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부서 간 이견 조율이 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최대한 타당성 검토가 충실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공공기관 조직진단 및 기능 효율화 용역을 거쳐 기존 8개 기관을 4개로 통합하고, 3개 기관은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광재단을 해산하면서 김대중컨벤션센터에 관광 기능을 추가했다. 시는 이와 관련해 7개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광주시의회 각각 상임위는 7개 조례 개정안 의결을 모두 보류했다. 광주시의회는 시정 질문이 끝난 뒤 오는 10일께 상임위원장단이자 전체 의원 간담회를 열어 조례안 심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심사를 재개해 오는 11일 본회의에 상정할지, 6월 임시회로 보류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