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평가’ 빠진 野 혁신위 회의에…非明 “뭣이 중헌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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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배제하진 않을 것”…非明 “선거 패배와 이재명 평가가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당 소속 국회의원들 전원에게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제출을 요구하며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다만 비명(비이재명)계 측에서 요구한 ‘이재명 체제 평가’에 대해선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 일각에선 혁신위가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비판이 나온다.

윤형석 민주당 혁신위 대변인은 2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혁신위는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인 셈이다.

다만 혁신위는 현 지도부 체제 평가 여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 윤 대변인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 체제 및 대선 패배 평가에 대한 논의는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오늘 처음으로 회의를 했기 때문에 어떤 의제를 배제하고서 시작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오늘은 불체포특권에 관한 격론만 오가면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에 다른 안건에 대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도록 했다”고 답했다.

이에 비명계 측에선 혁신위가 본 취지를 잊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비명계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은 이번 혁신위 활동이 ‘대선·지선 패배’와 ‘이재명 체제 1주년에 대한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신파 중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대표 체제 1년이 지났는데 민주당 지지도가 오르기는커녕 도덕적 불감증에 걸렸다는 지적은 굉장히 뼈아픈 이야기”라며 “왜 지지도에 문제가 있는지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잘못됐다는 점이 나오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혁신위의) 첫째 의제는 대선·지선 패배에 대한 평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혁신위의 본령은 이 대표 체제 민주당의 1년이 어땠느냐에 대한 평가와 진단, 거기에 대한 처방”이라며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느닷없이 공천을 이야기하고 현역의원을 기득권이라고 한다. 기득권 타파가 무엇이냐. 대의원제 폐지 쪽으로 연결되지 않겠느냐. 이게 제대로 굴러가겠느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2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이야기한 그대로 실현할 유일한 방법은 당대표 공천 권력을 내려놓는 길을 찾으면 된다”며 “무슨 미사여구를 해도 공천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칼질하고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혁신위가 무슨 취지로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현재 친명계 인사들로 포진된 혁신위 구성으로는 앞으로도 ‘이재명 체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위원들을 임명한 거 아닌가”라며 “저는 잘못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비명계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초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친명계’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거론하며 “(김은경 혁신위는) 이래경만 빠진 ‘이래경 혁신위’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겠나. 이 대표 입맛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혁신위 활동에서 무엇이 우선순위로 중요한지 잊은 것 같다”고 직격했다.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도 이날 통화에서 “혁신의 가장 기본은 (체제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위원 구성을 보면 기본 출발부터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평가를 한다고 해도 다소 모호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평가라는 것이 구체적 활동으로 녹아서 드러나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잘 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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