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선친 차명채권 400억원 소송’ 승소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6.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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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 “아들과 아내에게만 상속…나머지는 외삼촌이 알아서 처리”
재판부 “나머지 재산 관련 유언, ‘일신전속성’에 반해 사실상 ‘무효’”
2018년 12월12일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누나인 이재훈씨를 상대로 선친이 물려준 수백억원의 차명 채권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의 1심에서 이겼다. ⓒ연합뉴스

이호진(61) 전 태광그룹 회장이 누나인 이재훈(67)씨를 상대로 선친이 물려준 수백억원의 차명 채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 1심에서 이겼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손승온 부장판사)는 이 전 회장이 이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0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상속 개시 당시 원고는 단독으로 상속받을 권리는 없었다"면서도 "피고는 제척기간(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아 원고가 단독 상속인으로서 온전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판시했다.

해당 400억원은 이들 남매의 아버지이자 태광그룹 선대회장인 고(故) 이임용씨가 차명으로 보유하던 채권의 액면 금액이다. 1996년 사망한 선대회장의 유언을 보면 '딸들을 제외한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 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 2019년 작고) 뜻에 처리하라'고 쓰여 있다.

'나머지 재산'은 이 선대회장의 사망 이후 10여년 뒤인 2008년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 전 회장은 2010~2011년 진행된 바 있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해당 채권의 실소유자는 자신이며 타인 명의로 취득해 매도하지 않고 보관 중이라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태광그룹 자금 관리인은 2010년께 해당 채권을 재훈씨에게 전달한 뒤 이후 2년이 지난 2012년에 내용증명을 통해 이를 반환할 것을 요청했으나 재훈씨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이 전 회장은 8년이 흐른 2020년에 재훈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선대회장의 유언에 따라 이 채권을 단독 상속했으며, 재훈씨에게는 잠시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훈씨는 선대회장 유언은 무효라 채권은 자신의 것이며, 별도의 채권증서 보관을 위탁받은 적도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게 잠시 맡긴 것이 아니라면, 이 채권을 아무런 대가 없이 피고에게 종국적으로 처분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언에 대해 "유언은 무효지만, 채권은 이 전 회장의 것"이라고 봤다. 이어 "유언 내용의 결정을 유언 집행자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위임하는 것은 유언의 일신전속성(특정인에게 귀속되고 남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에 반하므로 '나머지 재산' 유언 부분은 무효다"고 언급했다.

다만, 상속 개시 이후 이 전 회장이 채권을 실질적으로 점유·관리해 왔으며 다른 상속인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인 10년이 이미 훌쩍 지난 점을 들어 "유언의 효력 유무와 관계없이 이 전 회장이 채권에 대한 단독 상속인으로서 온전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는 채권을 반환하지 않은 채 채권 원리금을 상환받거나 제3자에게 처분했으므로, 반환의무 불이행(이행불능)을 이유로 채권 원리금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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