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자 수 년에 걸쳐 국가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을 한 순간에 백지화 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모든 것이 야당의 선동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원 장관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태 책임이 전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임기 끝까지 의혹에 시달리는 것보다 지금 시점에 제가 책임을 지고 (민주당 선동을) 손절하는 게 국가를 위해서도,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도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충격에 빠진 양평군민들에게 "죄송하지만 조금만 참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 장관은 민주당이 김 여사를 '악마화'하고 프레임을 씌워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과거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온갖 괴담 선동으로 재미도 봤고 탄핵도 몰고 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결정할 수 밖에 없던 상황임을 설명하면서 여러 차례 '우리 김건희 여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무조건 우리 김건희 여사를 물고 들어가려는구나", "우리 김건희 여사가 거론될 필요가 없는 그 시점에 가서 서로 홀가분하게 깔끔하게 하자는 것", "우리 김건희 여사는 정권이 정리가 되면 우리가 재집권하든지 어떻게 되든지 그때는 김 여사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우리 김건희 여사에 대해 (특혜 의혹으로) 몰고 갔던 가짜뉴스 선동에 대한 모든 해명과 이에 대한 깔끔한 해소와 책임지는 사과가 있다면" 등 거듭 김 여사를 엄호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고속도로 사업이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는데 장관 단독으로 백지화를 결정할 수 있느냐는 거듭된 질의에 원 장관은 "제가 공약을 만든 정책본부장"이라며 "대통령을 흠집내기 위해 여사님을 계속 물고 들어가는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의혹은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의 종점 예정지가 지난 5월 갑작스레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변경된 노선 종점인 강상면 일대를 중심으로 김 여사 일가가 대규모 땅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당은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예타를 통과한 국책 사업을 무리하게 변경하려 했다며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규정,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업 전면 백지화에 지역 사회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 장관 발표 전까지 고속도로 건설사업 백지화를 파악하지 못했던 양평군은 빗발치는 주민 문의와 항의 속 사태 수습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전진선 군수는 전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중단 철회를 촉구하며 "12만4000 양평군민들께서는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재개를 위해 함께 해주시고, 군수인 저와 군 공무원들에게도 힘을 보태달라"면서 "저는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양평군청 홈페이지와 온라인 카페 등에도 국토부의 일방적 결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 군민은 "양평군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는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백지화 주장이 나와서 정말 화가 난다"며 "고속도로 노선 선정 특혜가 문제 된다면 주민투표를 실시해 주민들 의견에 따라 노선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