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고액 의견서’ 논란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관련 재판 회피할 것”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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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후보자 “국민께 송구…구체적 사건 정보 제출은 어려워”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7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7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액 의견서' 논란에 휩싸인 권영준(53·사법연수원 25기) 신임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권 후보자는 대형 로펌에 제출한 의견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건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해당 재판을 자진 회피하겠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법무법인에 의견서를 내고 18억원 넘는 돈을 받은 것에 대해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 (의견서 제출로) 고액 소득을 얻게 된 점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권 후보자는 "비록 독립적 지위에서 학자의 소신에 따라서 의견서를 작성·제출했지만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에서 정한 모든 신고·회피 신청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청문위원들은 권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의견서를 써주고 고액을 받는 등 영리 행위를 펼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서울대 교원인 후보자가 의견서를 대가를 받아가며 쓴 것은 금지된 영리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의견서를 매년 11∼15건 낸다는 것이 교수로 재직하며 가능한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민형배 의원도 "자칫 '투잡' 뛴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워낙 후보자가 뛰어난 실력을 가져 많은 의견서를 썼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18억원이라는 금액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대 교수로, 최고의 대학에서 누리는 명예와 더불어서 이익을 좇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점은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후보자가 의견서를 제출한 관련 사건 대부분이 대법원에 올라온다"며 "상당수 사건을 회피한다면 대법관으로서 역할 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권 후보자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서 어떤 관계를 맺은 로펌이라도 모두 신고하고 회피 신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공정성을 해할 만한 상황인지, 직무수행을 못 할 만한 상황인지는 대법원장이 판단하게 돼 있다"고 부연했다. 

야당 의원들이 의견서를 써낸 사건 정보 등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권 후보자는 "구체적인 사건 정보와 의견서를 제출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비밀유지의무 논란이 있고 의견서가 로펌의 정보라고 볼 여지도 있다"며 "국내 법원에 제출된 경우에는 공개가 제한되는 소송기록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법적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거듭 자료 제출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권 후보자가 2018년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소송 중이던 하나금융지주 측 대리인의 의뢰를 받고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법률 의견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하나금융이 승소하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재판 중이었던 우리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후보자가 어떤 법률 의견을 제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자는 이에 대해 "론스타 측 로펌 의뢰를 받아서 증언하거나 의견서를 작성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며 자료 제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권 후보자는 2018년∼2022년까지 7개 법무법인에 총 63건(사건 38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총 18억1000만원을 수령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 중 필요경비 등을 뺀 소득 금액은 6억9000만원으로 파악됐다.

권 후보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30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총 9억4651만원을, 법무법인 태평양에 13건의 의견서를 써주고 3억6260만원, 법무법인 세종에 11건의 의견서를 써주고 2억4000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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