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치열한 패권 다툼의 기로에 선 ‘해운업’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8 09:05
  • 호수 176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M 동맹 해체와 IMO 탄소 배출 규제 등 거대한 변화 이미 진행 중”

국제적인 환경 규제 심화와 세계 해운업계 양대산맥인 머스크와 MSC의 ‘2M 동맹’ 해체가 예고되면서 국내 선사들이 요동치는 해운시장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에 따라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에 함유되는 황 성분의 최대 허용치는 0.5%로 제한된다. IMO는 특히 7월7일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전략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고유황유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하거나 유황 성분이 적은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개방형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크러버에서 버려지는 물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11일 수출입 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LNG(액화천연가스)선을 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름 소모가 많은 선박의 특성상 저유황유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또 LNG선은 일반 선박보다 약 30% 비싼 탓에 중소 선사 입장에서는 구매가 쉽지 않다. 업계에선 정부가 친환경 신조 선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 소재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어 친환경 등 신조 선박 매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고가인 해당 선박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운업 관계자는 “환경문제도 그렇고 큰손들의 동맹 해체까지 불거지면서 해운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올해 머스크는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MSC와의 2M 협업을 연장하지 않고 2025년부터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확대를 통해 추진 중인 통합물류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2M 해체는 해운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뿐 아니라 우리나라 선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세계 3대 해운동맹으로 2M과 오션 얼라이언스, 디 얼라이언스가 있다. 이들은 아시아 항로보다는 원양항로를 협력해 운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가는 노선이 대표적이다. MSC는 최근 선대를 확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는 아시아 노선 확충을 위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MSC 선대 확장으로 아시아 쪽 항로에 투입되는 선박 비율이 높아지면 해당 항로를 운항하는 우리나라 선사들도 경쟁 심화와 가격 등의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면서 “앞으로 좋은 서비스와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운송시간과 운행빈도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복수의 전문가에 따르면 최근 컨테이너 선박은 2만TEU급보다 1만5000TEU급을 선호하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항구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소형 선박을 이용한 신규 시장 개척과 운행빈도가 선사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사의 의견에 힘을 더했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7월10일 본지와의 인터뷰(“한진해운 파산 후 해운 경쟁력 최대 위기, HMM 정상화로 지켜내” 기사 참조)에서 “2M 해체 이후 머스크·MSC의 전략과 IMO 탄소 배출 규제 대응을 위한 선박 연료 전환 등 거대한 변화가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해양산업의 미래 강자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어 “중장기적으로 신조 선박에 대한 지원도 고려하는 등 해운 재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