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뚫리는 줄” 전국 덮친 돌발성 폭우…경기 여주서 70대 사망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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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2일까지 120㎜, 충남·전북 일부 200㎜ 넘을 듯
“실시간 기상 정보 확인하며 안전 유의해야”
대구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7월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에서 한 시민이 에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구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7월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복인 11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많은 지역에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의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다. 경기 여주에서는 산책을 나간 70대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오는 12일까지 최대 20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권과 강원내륙·충남 일부·남부지방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시간당 30~70㎜씩 비가 내렸다. 이번 비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코레일은 이날 오후 3시56분께 집중호우로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금천구청역 구간 열차 양방향 운행이 중지됐다가 오후 4시12분께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도로 곳곳도 침수됐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오후 4시45분 현재 노들로에서 올림픽대교 하남방향 진입 연결로가 물고임으로 전면 통제됐다. 동부간선로 의정부 방향 성수JC에서 성동JC 구간과 올림픽대로 하남 방향 여의상류에서 한강대교 남단 구간에도 물이 고였다.

서울시는 27개 하천 출입을 전부 통제하는 한편 서초구 반포 펌프장과 마포구 망원1 펌프장 등 60곳의 빗물펌프장을 가동했다.

기상청은 11일 오후 3시20분을 기해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를 발효했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며, 침수 등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구로구와 동작구 일부 지역에는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지난해 중부지방 집중호우를 계기로 도입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수도권을 대상으로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 기준을 동시 충족하는 비가 내리면 기상청에서 직접 보내게 되며, 실제 발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전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7월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천 산책로가 물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서울 전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7월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천 산책로가 물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경기 남부지역에는 시간당 최고 60㎜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오후 2시까지 경기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이천 68㎜, 여주 64.5㎜, 성남 62.5㎜, 안성 55.5㎜, 의왕 52.5㎜ 등이다. 이천에서는 시간당 64.5㎜의 폭우가 쏟아졌고, 비슷한 시각 여주 59.5㎜, 성남 57㎜, 안성 53㎜ 등 지역에서도 장맛비가 집중됐다.

여주시에서는 하천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 A씨가 하천으로 떠내려가 사망하는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22분 여주시 창동에서 "운동을 나간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공조 요청을 받은 소방당국은 수색에 착수, 오후 1시26분께 실종 지점으로부터 100여m 떨어진 곳에서 A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A씨는 딸의 신고 접수 1시간여 전인 오전 9시께 창동 소양천변 산책로를 걷던 중 하천에 휩쓸린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 광주, 강원 등에서도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리면서 일부 도로가 침수되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어린이집 천장이 무너지고 도로와 주택 침수 등이 잇달았다. 

이날 반복적인 돌발성 폭우를 만난 시민들은 SNS에 "우산이 뚫리는 줄 알았다. 써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머리며 옷이 모두 젖었다" "운전하는 데 앞이 아예 안보였고 차선도 분간이 어려웠다"며 극한 상황을 공유했다. 

집중호우가 내린 7월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 일대에서 노면에 빗물이 고이며 이동하는 차량들이 물살을 가르며 주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집중호우가 내린 7월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 일대에서 노면에 빗물이 고이며 이동하는 차량들이 물살을 가르며 주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일까지 많은 비…"실시간 기상정보 확인해야"

대기 중상층 한랭건조한 공기와 대기 하층 고온다습한 공기가 함께 중규모 대류운을 발달시켜 비를 내리는 상황은 12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날 오후부터 12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겠다. 수도권·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호남·경북북부내륙에 50~120㎜, 경북에 20~80㎜, 강원동해안·경남·제주·울릉도·독도·서해5도에 5~60㎜ 비가 예상된다.

충청남부와 전북에 비가 많이 오는 곳은 강수량이 200㎜를 넘어서겠다. 충청북부와 전남, 경북북부내륙에는 최대 150㎜ 이상 강수가 예상된다.

또 이날 오후와 12일 오전 사이 중부지방과 호남, 경북북부내륙을 중심으로 돌풍을 동반한 시간당 30~70㎜ 뇌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강수량과 강수 집중구역이 변동될 수 있어 수시로 최신 기상정보 확인이 필요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실시간 기상 정보 확인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안가와 저지대 등 침수 우려 지역에 접근하지 말고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도 "강한 비가 반복되고 있다"며 "잠시 비가 그쳤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하천변 산책로 운동, 농사 활동 등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지하차도와 상습침수구역 및 산사태 우려 지역 등 접근을 주의하고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전 문자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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