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5년 만에 총파업 가세…빨간불 들어온 임단협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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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단체 금속노조 파업 동참…하루 4시간 부분 파업
“불법 파업 즉시 철회” VS “쟁의권 없이 참여 문제 없어”
정년 연장 등 가시밭길 임단협에 초대형 악재 등장
전국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2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오전조(1직)와 오후조(2직)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연합뉴스
전국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12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오전조(1직)와 오후조(2직)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여한다.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금속노조의 ‘큰형님’ 격인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에 합류하면서 민주노총의 기세는 올라갔지만 사측은 울상이다. 부분 파업이지만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입장 차이가 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도 이번 파업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12일 2018년 11월 이후 5년 만에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따라 총파업에 동참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전 출근조와 오후 출근조 조합원들에게 각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지침을 내렸다. 이에 오전 출근조는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오후 출근조는 오후 10시10분부터 다음날 0시10분까지 파업한다.

이번 부분파업으로 인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파업으로 인한 차량 생산 차질은 약 2000여대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총파업 당시 4일 간의 부분파업으로 인해 1만1000대의 생산차질과 27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쟁의권 확보 없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파업에 동참하는 형식으로 띠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쟁의권 확보 없이 벌이는 파업은 불법에 해당한다. 중앙노조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절차를 거쳐 쟁의권을 얻어야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정부도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지난 7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 동참은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이므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불법의 현장에는 어떠한 관용도 없이 그 책임을 분명히 묻는 등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밝힌 터라 추후 법적 대응도 예상된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5월 쟁의권 없이 파업에 동참한 기아 노조 등을 대상으로 불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 노조 측은 금속노조의 파업 지침에 현대차 지부가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에 쟁의권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도 우려를 표했다. 지난 1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입장문을 내고 “현대차 노조의 불법정치파업 참여는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가고 29년 만의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 등 미래차 투자를 확대하며 세계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할 것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파업은 현재 매주 2회 열리고 있는 임단협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3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협상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노조 측의 총파업 참여로 2019년부터 이어온 무분규 타결은 물 건너갔다.

현재 노사 양측의 교섭은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노조 측은 정년 연장을 비롯해 25년 이상 장기근속한 정년퇴직자에게만 신차 구입시 25%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평생사원증’ 제도 확대,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달 29일 열린 5차 단체교섭에서 노조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년연장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현호 지부장을 포함한 노조 교섭위원들이 집단퇴장하기도 했다.

교섭 초반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 가운데 총파업에 들어간 이상 사측도 쉽사리 노조의 제안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분파업으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상당의 손실이 예상돼서다. 이에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을 노리고 있는 사측으로서는 내부 악재를 마주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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