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한·미 금리 격차 ‘2.0%p’…자본 유출 조짐 꿈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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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동결…연준 인상시 금리差 사상 최대로
6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전월比 70% 이상 감소
“유출 가능성 제한적이나 향후 전망 낙관할 수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했다. 네 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물가상승률이 2%대에 진입했고, 어두운 경기 전망에 인상 명분이 적었다는 평가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2.0%p로 벌어질 전망이다. 오는 26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0.25%p 인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자금 유출 우려도 한층 더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6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순유출을 기록했고 채권자금 규모는 전월의 1/3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격차 확대→자금 유출→환율 상승? 따져볼 것 많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동결 이유를 밝혔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 연준(5.00~5.25%)과의 금리 격차도 사상 최대인 1.75%p가 유지됐다. 하지만 이 격차는 조만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은 92.4%에 달한다.

전망대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2.0%p로 벌어진다. 유사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에 자본시장 및 외환시장이 상당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환율은 (한·미) 이자 격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계속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가져갈 것이냐, 우리 반도체 경기와 여러 가지 외화 수급 사정에 영향 받는다”면서 “금리 차도 봐야겠지만, 마치 금리 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는 공식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3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51포인트(0.64%) 오른 2591.23에 마쳤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51포인트(0.64%) 오른 2591.23에 마쳤다. ⓒ연합뉴스

주식자금은 순유출, 채권은 1/3 수준 축소…자본 이탈 우려↑

하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에 비해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자금은 –3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월(24억80000만 달러)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됐다. 순유출은 지난 3월(–17억3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이다.

채권자금 유입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은 지난달 32억3000만 달러로 네 달 연속 순유입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규모는 5월(89억6000만 달러)에 비해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주식과 채권을 합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29억2000만 달러로 전월(114조3000억 달러)에 비해 70% 넘게 줄어들었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은은 “주식자금은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목적 매도 등으로 소폭 순유출로 전환됐고, 채권자금은 대규모 채권 만기도래의 영향으로 유입규모는 전월에 비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6월14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6월14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례 비췄을 때 유출 가능성↓…불확실성은 높아져”

하지만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펀더멘털과 금융안정성이 크게 향상됐고, 과거 금리 역전기에도 자금 유출이 크지 않아서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사저널에 “기본적으로 개별 국가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자본 유출의 위험성이 부각된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0년 이후 금리 역전 현상이 4차례 발생했지만 외국인의 증권투자 유·출입에 금리차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이 선임위원이 펴낸 ‘한·미간 금리차 역전 현상 및 영향에 대한 소고’에 따르면, 한·미 금리가 역전한 시기는 △2000년 1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2022년 7월~2023년 6월 등 총 4번이었다. 하지만 이중 주식·채권 시장을 모두 합해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금리 차가 역대 최고로 벌어진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에도 비거주자의 채권 투자금은 물론 주식 투자금도 전부 순유입됐다는 것이 이 위원의 분석이다.

다만 큰 폭의 금리 격차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예상하지 못한 글로벌 리스크의 등장 등 불확실성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과거 금리 역전기에 자금 유출이 없었고 현재도 마찬가지”라면서도 “향후 상황을 전망해보면 결코 낙관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전 세계 차원의 잠재 위험요소들이 터져 나왔을 때 금리 격차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환율 안정 등 외환·금융시장을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자조달비용 상승에 대비한 전략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리 격차로 인해 기업의 경우 차입조달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고, 선물환 거래를 하는 일부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은 손실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이 위원은 “금리 격차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환헤지 정책에 대해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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