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과거의 나’와 싸우는 유동규…검찰도 당황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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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재판에 증인 출석…‘설·추석’ 돈 건넨 시점 특정했다가 “불명확” 입장 바꿔
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5월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서 또 과거 진술과 배치되는 발언을 쏟아냈다. 유 전 본부장이 수사나 공판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거나 사실관계를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서 재판부도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피고인 측은 유 전 부원장의 진술 신빙성을 때리며 공소기각 또는 취소를 요청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김용한테 사무실에서 돈을 준 것은 명확히 기억한다"면서도 "시점이 헷갈린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는 '설·추석' 등 명절 때 김 전 부원장에 돈을 건넸다고 했는데, 공판에서는 '시점 특정이 어렵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또 앞선 공판에서는 '80% 확률로 김 전 부원장에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이번에는 다시 '돈을 준 것은 명확하다'고 혼선을 드러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5월12일 열린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진상에게 준 것은 100% 얘기할 수 있는데, 김용은 줬다는 게 80%, 아닌 게 20% 정도"라고 모호한 답변을 했다. 또 "김용 아니면 제가 썼을 텐데 김용 사무실에 가서 1000만원을 여러 차례 전달한 적이 있어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씨에게 2000만원을 받아 각 1000만원씩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진술에 따라 그가 김 전 부원장에게 준 1억9000만원 중 첫 1000만원이 2013년 2월 설 무렵 성남시의회에 있는 김 전 부원장 사무실에서 전달됐다고 공소사실에 담았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같은 해 9월 추석 무렵 김 전 부원장에 1000만원을 줬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정진상은 추석과 설에 반드시 챙기는데 김용은 그런 개념이 없어 잘 모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해 김 전 부원장 시의회 사무실에서 1000만원씩 두 차례 돈을 준 것은 맞는데, 시점은 불분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 증언이 흔들리자 검찰은 "근데 왜 조사할 때 김용, 정진상에 2013년 설과 추석에 각각 1000만원 줬다고 증언했느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그때 준 것은 맞는데 시기적으로 그런 부분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이야기했다. 준 것은 맞으니까"라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이 거듭 모호한 답변을 이어가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재판부에 별도 시간을 요청해 잠시 재판이 휴정되기도 했다.

재판부도 유 전 본부장 진술이 뒤바뀌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인은 설과 추석에 2000만원씩 남씨에게 받아 각 1000만원씩 정씨와 김씨에게 줬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는데, 오늘 증언에서는 김씨에게 정확히 언제 가져다줬는지 기억을 전반적으로 못 하고 있다"고 짚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 측이 주장하는 검찰의 '진술 회유'를 의식한 듯 "지난해 조사 때 검사에게 명절 무렵에 돈 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거나 진술 회유·강요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없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의 핵심적인 증인인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두 번 줬다는 정도에서 끝난 것이지 명절과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소사실 특정이 잘못된 것이고, 재판장이 공소기각이나 취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자금이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남욱의 진술, 돈 입출금 내역을 통해서 시기를 명절 무렵으로 특정한 것"이라며 "명절이라 준 것이 아니라 그 무렵에 편의 제공 등을 목적으로 돈을 줬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구성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공소 취소나 기각 사유까지 되는지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유씨의 피고인측 반대신문과 직권신문 등을 한 뒤 내달 17일 김 전 부원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9~10월께 재판이 마무리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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