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새신랑, 20대 청년도 참변…오송 지하차도 사망자 9명으로 늘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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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작업 본격화되며 16일 시신 8구 추가 인양
희생자 5명 발견된 버스, 폭우로 우회로 이용하다 고립
7월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지하차도 참변 사망자가 9명으로 늘었다. 16일부터 본격적인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희생자 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도로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전형적 인재(人災)'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서 시신 2구를 추가로 인양해 사망자가 총 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구조당국은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시신 1구를 수습했고, 수색 작업이 본격화 된 이날 오전부터 시신 8구를 추가로 인양했다. 이날 인양된 희생자는 남성 2명과 여성 6명으로 확인됐다. 희생자 5명은 침수로 고립됐던 시내버스 내부에서 발견됐고, 3명은 차량 밖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송 지하차도 내부에 차량 15대가 고립돼 있어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인명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폐쇄회로(CC)TV 분석에 따르면, 버스 1대와 트럭 2대, 승용차 12대가 지하차도에 갇혔다. 사고 직후 접수된 실종인원은 11명이었는데 1명이 더 추가되면서 총 12명이 됐다. 

희생자 시신 5구가 인양된 747번 급행버스는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지 않는 노선이지만, 폭우로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카드 결제 내역을 토대로 볼 때 당시 버스에는 기사와 승객 9명 등 총 10명이 탑승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고 직후 구조된 버스 승객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구조당국은 많은 비와 강물 유입, 흙탕물로 인한 시야 확보 불가로 난항을 겪다 이날 새벽부터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착수했다. 지하차도 배수·수색 작업에는 군인·경찰·소방·관계 공무원 등 인력 399명과 장비 65대가 투입됐다. 전날부터 진행한 물막이 공사 완료로 지하차도로 빗물 유입이 멈추면서 수색 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119 구조대원 등이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남겨진 버스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9 구조대원 등이 7월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남겨진 버스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당일 처음 시신으로 발견된 초등학교 교사 30세 김아무개씨는 지난 5월 결혼한 새신랑으로, 취업 필기시험을 보러가는 처남을 KTX 오송역에 데려다주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김씨와 처남은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물이 차오르자 급히 차량에서 빠져 나와 지붕 위로 올라갔지만, 지붕까지 물이 차오르자 헤엄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처남은 가까스로 빠져나와 구조됐지만, 안타깝게도 김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희생자 가운데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던 20대 새내기 직장인과 세종으로 출근 중이던 40대 의사, 70대 주민 등도 포함됐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은 이번 사고가 '인재'라며 당국의 부실한 사전 대응과 안전 조치를 질타했다. 

현재까지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하차도 참변은 15일 오전 8시40분께 궁평제2지하차도 내부로 인근 미호천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난 지하차도의 전체 길이는 685m로, 이중 터널 구간은 430m이다. 충북도는 6만t에 달하는 물이 지하차도를 덮치면서 터널 구간이 짧은 시간에 완전히 침수됐다고 설명했다.

7월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덮치고 있다. 침수사고 후 긴급출동한 소방당국은 난간에 매달려 있던 버스 승객 등 9명을 구조하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 시신 1구를 인양했다. 구조작업 난항 속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있지만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으며 인명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7월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덮치고 있다. 침수사고 후 긴급출동한 소방당국은 난간에 매달려 있던 버스 승객 등 9명을 구조하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 시신 1구를 인양했다. 구조작업 난항 속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있지만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으며 인명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 오전 6시30분께 지하차도와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미호천교의 수위가 홍수경보 수준보다 높아지자 관할 구청에 인근 도로의 교통통제 등이 필요한 점을 안내했다고 한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2시간 여 후 참극이 벌어졌다. 

당일 지하차도 구조물 난간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A씨는 "버스와 승용차 등이 주변에 많았는데 지하차도 앞뒤에서 물이 들어오더니 그 수위가 빠르게 높아졌다"며 "침수가 예상될 때 지하차도 진입로를 미리 막았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왜 통제가 안 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성토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발생한 궁평제2지하차도 실종자 가족들이 7월16일 수습된 시신들이 옮겨진 가경동 하나병원 응급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구조작업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발생한 궁평제2지하차도 실종자 가족들이 7월16일 수습된 시신들이 옮겨진 가경동 하나병원 응급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구조작업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초조하게 지켜봤던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도 집중호우가 예견된 상황에서도 허술한 제방 관리와 부실한 교통통제로 벌어진 참극이라며 행정당국의 안이한 대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나흘째 쏟아진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이 잇따르면서 사망·실종자가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하차도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현재까지 사망자는 35명(경북 17명·충북 13명·충남 4명·세종 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종자는 10명(경북 9명·부산 1명), 부상자는 22명(충북 14명·경북 4명·충남 2명·경기 1명·전남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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