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다” 참사 현장서 웃은 공무원, 은박호일 깔린 대피소 ‘뭇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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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서 웃은 충북도 공무원부터 열악한 이재민 시설두고 질타 이어져
7월16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변 현장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사고 브리핑을 하던 충북도청 소속 공무원이 웃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이 일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7월16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변 현장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사고 브리핑을 하던 충북도청 소속 공무원이 웃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이 일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집중호우로 최악의 재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대응과 처신을 두고 여론의 뭇매가 쏟아진다.

17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지난 16일 한 충북도청 소속 간부 공무원이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아 웃고 있는 모습이 확산하면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고 현장을 찾았을 당시 촬영된 것으로, 해당 공무원은 원 장관 바로 옆에서 동행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캡처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지하차도 참변으로 희생자가 속출하고 실종자 수색 작업이 한창인 현장에서 관할 공무원이 웃고 있는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상황이) 지금 재밌나?'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게시물 댓글에도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소름 끼친다" "상황 파악 못 하는 공무원들" "가슴 아픈 참사 현장에서 어떻게 웃음을 보일 수 있나" "충북도와 지자체가 관리 못해서 국민 10명이 넘게 사망했는데 저기서 웃는다고?" 등 비판이 잇달았다. 

부적절한 처신을 한 공무원은 충북도 간부로 확인됐으며, 당시 원 장관에게 사고 상황을 브리핑하는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공무원은 언론에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무심코 나온 장면 같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신중하지 못했던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고가 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7일 오전 기준 13명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인명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에 마련된 한 이재민 대피소 모습 ⓒ 온라인 카페 캡처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에 마련된 한 이재민 대피소 모습 ⓒ 온라인 카페 캡처

이에 더해 기록적 호우로 이재민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대피소의 열악한 환경도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청주 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이 계신 대피소에 와봤는데 마음이 더 아프다'는 글과 함께 대피소 내부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이재민 신세가 된 부모님이 계신 대피소를 찾았다고 한다. 작성자는 "대피소가 생각 이상으로 열악하다"며 "스티로폼이랑 담요 달랑 지급됐다더니 스티로폼도 아니고 얇디얇은 호일 같은 단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뉴스에서 잠깐씩 보이던 이재민 지원 모습이랑 무척 다르다"며 "더 말하기 싫을 정도다. 여기서 집에 물 다 빠질 때까지 부모님이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해당 대피소는 청주 오송중학교에 마련된 곳으로, 오송중·고등학교 강당에는 지난 15일 기준 170여 명의 이재민이 수용됐다. 당시 대피소에는 얇은 은박 호일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고, 몸만 겨우 빠져나온 이재민들은 이 곳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월16일 기록적 호우가 내려 제방이 붕괴된 충남 논산시 성동면 논산천 인근 원봉초등학교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월16일 기록적 호우가 내려 제방이 붕괴된 충남 논산시 성동면 논산천 인근 원봉초등학교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댐 범람과 제방 붕괴 등으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충청 지역 곳곳에 마련된 대피소가 16일 오후까지도 얇은 은박 호일이나 돗자리만 깔린 채 열악한 환경으로 운영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이재민 위로 차 방문했던 충남 논산의 한 초등학교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열악한 대피소 모습이 잇달아 공유되면서 "재난 선제 대응도 못하더니 후속 대처도 엉망" "아무리 임시 대피소라지만 너무하다" "이럴 때 쓰라고 세금 내는 것 아닌가. 폭우 예보를 보고도 도대체 뭘 한 건가" "하다 못해 가림막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질타가 이어졌다. 

이재민 부실 지원 논란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많은 이재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급히 임시 대피시설이 꾸려지다보니 지원 물품 제공과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며 "은박 매트 등 우선 제공 가능한 것부터 나간 것이며 텐트와 매트리스 등이 순차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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