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4연속 동결인데 대출금리는 왜 오르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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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코픽스, 전월 대비 0.14포인트 상승…2개월 연속↑
연준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등 은행채 금리 상승 여파
신규 대출자 및 변동금리 재산정 주기 맞은 차주 부담↑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시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시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동결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6%에 진입하는 등 은행권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전망에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자금이탈) 우려 등으로 은행채 금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에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 변동을 반영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오르면서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7일 은행연합회는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3.70%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4월 3.44%로 하락하며 기준금리(3.50%) 이하로 떨어졌던 코픽스는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80%로 전월대비 0.04%포인트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잔액기준 코픽스도 같은 기간 0.04%포인트 오른 3.18%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의 경우다.

코픽스가 올라가면서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 은행들은 오는 18일부터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에 이날 공개된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코픽스 상승은 은행채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산정 시 주로 기준금리가 반영된 시장금리(은행채)를 사용한다. 자금 조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은행채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5월 초 3.961%에서 6월 초 4.093%, 지난 12일 기준 4.310%까지 올랐다. 지난 3월 초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채 금리 상승에 배경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0.25%p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금 조달을 위한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어났고 이에 채권 금리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새마을금고 유동성 위기로 단기적으로 채권 매도 수요가 늘어난 점도 일부 영향을 줬다. 예금 대량 인출로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불안 심리가 높아지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자금 조달을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사라졌던 연 4%대 예금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SH수협은행, SC제일은행, BNK부산은행 등은 최근 연 4%대 정기 예금상품(만기 12개월)을 내놓았다. 지난 14일 기준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3.72∼3.90%로 지난달 1일(3.47∼3.73%)에 비해 0.2%포인트 안팎 상승했다.

수신경쟁이 다시 불붙자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4.21~6.19%로 집계됐다.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06~6.0%다. 주담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모두 상단이 6%대로 올라선 상태다.

코픽스가 두 달 연속 오르면서 신규 대출자는 물론 기존 대출자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변동금리 재산정 주기를 맞은 차주들의 금리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사태가 진정 국면이긴 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임에는 틀림없다”며 “6월 코픽스 상승에 연준의 금리 인상 등 당분간 시장금리의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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