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등 금융사, 홍콩 빌딩에 투자했다가 2800억 증발 위기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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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섰던 현지 투자자 파산하고 가격 급락
선순위 대출자, 매각 통해 원금 회수
중순위 국내 금융사, 손실 불가피 전망
서울 중구 미래에셋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미래에셋 본사 모습 ⓒ연합뉴스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홍콩의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에 돈을 빌려줬다가 280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조만간 해외 대체투자 관련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모아 사태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 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은 18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빌딩)에 대출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9년 6월 싱가포르투자청(GI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유수 기관투자자들은 해당 빌딩에 1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 빌딩이 위치한 지역이 새 업무지구로 개발될 예정이라 투자 매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게 투자에 참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시 중순위(메자닌)로 해당 빌딩에 2억43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대출해줬다.

미래에셋증권은 직접 투자금 300억원을 제외한 2500억원 어치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증권사와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에 셀다운(재매각)했다. 펀드 운용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맡았다. 이 펀드에는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최소 가입 금액 1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VVIP)들이 대거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메자닌 펀드는 10개월 만기에 연 5.2%의 기대수익률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투자금 상환이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보증을 섰던 건물주 골딘파이낸셜홀딩스의 최대주주 판수통 회장이 파산하고 금리 인상 등으로 빌딩 가격이 급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8억 6700만 달러(1조 980억원) 규모 선순위 대출자인 GIC와 도이체방크 등은 빌딩 매각에 나서 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워낙 저가에 매각되는 바람에 중순위인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이 건질 수 있는 투자금이 거의 없어졌다.

3000억원에 가까운 투자액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하자 당국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 해외 대체투자 관련 증권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 건전성 관리를 위한 간담회는 정기적으로 진행해왔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지만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가 커지면서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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