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자이’ 오명 떨칠 수 있을까…83개 현장 점검에 명운 걸린 GS건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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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붕괴에 침수 이어 우천 타설 의혹까지
겹악재 속 내달 나올 국토부 점검 결과 주목
일부 현장서 이미 시공 불량 등 지적사항 나와
GS건설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난 4월 사고가 발생한 구역이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GS건설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난 4월 사고가 발생한 구역이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GS건설의 고난의 계절이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 검단아파트 공사 현장 지하 주차장 붕괴에 이어 올 초 입주가 시작된 신축아파트 ‘흑석자이(흑석리버파크자이)’에 ‘개포자이(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침수 피해가 연이어 발생해서다. 최근에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건설 현장에서 우천 타설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와 걱정이 가중되고 있다. GS건설의 명운은 내달 발표될 83개 건설현장 점검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 이미 시공 불량과 안전 관리 문제가 지적되면서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우천 콘크리트 타설’ 논란에 제도 개선에 나섰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무리한 우천 타설을 막기 위한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에는 ‘강우, 강설 등이 콘크리트의 품질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조치를 정해 책임기술자의 검토 및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하지만 제도 손질을 통해 판단과 책임 주체를 명확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가 개정에 나선 이유는 GS건설 휘경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일 때문이다.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1일 ‘휘경 자이 공사현장에서 비가 쏟아지는데 레미콘 타설을 진행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관할 구청인 동대문구청은 지난 13일부터 공사를 중단시켰다. 구청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함께 빗물이 섞여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진 건 아닌지 시험을 거친 뒤 안전성 여부가 확인되면 공사를 재개토록 할 방침이다.

GS건설 측은 비가 많이 올 때 작업을 중단했고, 천막을 치고 보양(굳히기)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콘크리트 품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GS건설 시공 신축 단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침수 피해가 발생한 GS건설 시공 신축 단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공사 중단에도 일선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하고 있다.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건설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건설사들도 우중 타설로 부실 시공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설 경력 10년의 나대석 타설팀장은 “우중타설은 콘크리트에 빗물이 혼합되어 강도가 약해지고 균열이 발생하는 등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S건설 휘경동 현장에서 철근팀장으로 근무하는 김순호 씨는 “폭우가 쏟아질 때는 레미콘 강도를 높인다지만 정말 높였는지 확인할 수 없지 않으냐”며 “우중 타설은 건물 품질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니 구청에서 관리·감독을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83개 현장서 문제점 발견시 고강도 처분 불가피?

부실 시공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달 발표될 전국 83개 아파트 공사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GS건설의 명운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국토부의 처분 수위는 한층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토부가 점검한 일부 현장에서 안전 문제와 시공 불량 등의 지적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지방청의 보고 내용”이라면서 “현재 현장조사는 70~80%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GS건설이 제출한 점검 결과와 현장에서 조사한 내용을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내달 중순 이후에 조사 결과 발표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GS건설 측은 점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방청의 조사를 통해 현장 지적 사항이 있는 것까지는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구체적인 사유나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2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의 GS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2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의 GS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건설업 등록말소 처분 가능성과 고강도 처분을 피해갈 가능성이 혼재돼 있어서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 업체는 최고 건설업 등록말소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등록말소는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강도 처분을 피해가더라도 이미지 실추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GS건설의 ‘자이’의 브랜드 순위는 지난 5월 17위로 곤두박질쳤다. 아파트 브랜드 순위 3위를 기록했던 4월에 비해 14계단이나 추락했다.

주가 흐름도 좋지 않다. 시가총액은 두 달 반 만에 6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신동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비용 집행과 기수주사업의 계약 해지 가능성,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을 고려해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 하향 불가피하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 목표주가는 2만8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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