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경기 호전돼도 과거 같은 큰 폭의 수출 확대 어려워”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7.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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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對 중국 수출 감소의 35%, 韓 경쟁력 약화 탓”
지난 4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앞으로 국내·외 IT(정보기술)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우리나라 수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은행(한은)은 21일 발표한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돼도 국가별 산업 구조와 경쟁력 변화 등의 구조적 요인 때문에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구조적 요인의 주요 사례로는 중국 시장 내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거론됐다. 한은은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가 지속된 지난해 4∼12월과 비교해 올해 1∼4월 감소한 대(對)중국 수출을 요인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감소분의 65%는 중국 자체의 수요 변화에 따른 '경기적 요인'으로 설명됐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픈닝)가 늦어진 데다 전 세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35%는 중국 시장 내 점유율 하락과 관련된 우리나라 자체의 '경쟁력 요인' 탓이었다. 한국의 중국 점유율은 2018년 9.7%에서 올해 상반기 6.2%로 급감했다. 이런 분석에 기인해 한은은 하반기에 반도체 등 IT 시장이 개선되더라도 대중국 수출이 과거만큼 크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국 수출의 특징으로는 품목·지역별 차별화가 꼽혔다. 반도체 등 IT 품목은 큰 폭의 감소세에 있지만, 자동차·선박 등 일부 비(非) IT 품목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 수출 품목도 반도체에서 자동차(부품 포함)로 변경됐다.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는 중국 이외 국가로 수출 대상국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화학, 배터리 등의 품목은 줄어든 중국 수출을 대신해 호주, 미국, 싱가포르 수출이 늘었다.

지역별로 대중국·아세안 수출이 부진한 반면 대(對) 미국·EU(유럽연합) 수출은 상대적으로 개선돼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미국 수출 비중은 17.9%로 증가해 중국과의 차이가 1.7%포인트(p)까지 좁혀졌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고, 중국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같은 수출 다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상훈 한은 국제무역팀 차장은 "특정 지역과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기업은 대외 여건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수출 다변화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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