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업권 탈취, 수천억 수익 의혹” 광명역GIDC 시행사 대표, ‘150억 하자보증금’도 넘봐
  • 안은혜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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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대표 정씨, 특수관계인 내세워 ‘관리인 선출’ 개입 정황
사법당국, 정씨·광명시·LH 관계자 등 전방위적 재수사 착수

민간 사업권을 탈취해 수천 억원의 수익을 챙긴 '광명역 GIDC(디자인클러스터)' 시행사 대표 정아무개씨가 수분양자 등 구분소유자들이 납부한 관리비 및 하자보증금까지 가로채려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씨는 2021년 11월 입주 후 특수관계사로 알려진 한영에셋(주)에 임시 관리를 맡기고, GIDC 구분소유자 952명을 대표할 '관리인 선출' 과정에도 깊숙히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씨는 정부 땅 '3자 매매 세탁' 의혹, 정보통신공사 수의계약 논란, 3000억 원대 부당이득 논란 등 광명역 GIDC와 관련(시사저널 5월17일 [단독] '광명판 대장동 사태' 의혹…"정부 땅 사업권 탈취 3000억 벌어" 기사 참조)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동안 정씨는 법의 심판대에 오를 때마다 국내 대형로펌을 앞세워 실형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은 최근 정씨 뿐만 아니라 광명시 공무원, LH 관계자, 초기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재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GIDC 임시 관리업체 한영에셋이 작성한 '꼼수 도급계약서'.  입주 시점부터 계약기간을 5년으로 정해놓고, 매월 2억6000만원의 도급관리비를 의무 조항으로 넣었다.  ⓒGIDC 측 제공
GIDC 임시 관리업체 한영에셋이 작성한 '꼼수 도급계약서'. 입주 시점부터 계약기간을 5년으로 정해놓고, 매월 2억6000만원의 도급관리비를 의무 조항으로 넣었다. ⓒGIDC 측 제공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분양을 받아 입주를 시작하면 구분소유자 5분의 1 동의를 얻어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통해 관리인을 선출한다. 한영에셋은 관리인 선출과정에서 '관리인 선거 브로커'로 알려진 엄아무개씨 등을 앞세워 상대 후보 비방 및 고소·고발 남발 등 직간접적으로 방해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억 원의 하자보수 보증금을 수령하는 주체가 관리단이기 때문에 관리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갖 편법을 써가며 버텼던 이유로 볼 수 있다.

엄씨는 GIDC 외에도 광명역 주변 S·G빌딩 구분소유자들과도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당사자 측은 "한영에셋은 그동안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을 고용, 이들의 이름으로 관리단집회 총회를 준비하는 구분소유자를 고소하고 시행사가 직접 구분소유자를 고소하는 등 의도적으로 비대위(GIDC비상대책위원회)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한영에셋이 관리단 권리를 놓지 않으려했던 것도 매월 고정비로 유용할 수 있는 '도급관리비'에 있었다. 한영에셋이 GIDC 구분소유자에게 내민 도급관리계약서(9조1항)에는 '매월 2억5912만2630원을 도급관리비로 정하고, 매월 말일에 수급인의 은행계좌로 지급한다.(단, VAT별도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한영에셋은 또 '임시 관리업체'였음에도 계약기간을 5년으로 정해놓고, 입주민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악용할 경우 최소 5년간 150억원의 '쌈짓 돈'을 챙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영에셋은 지난 4월21일 관리인 선출을 앞두고 상대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무려 10여명의 후보를 등록하기도 했다. 이 또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자 위임장을 위조해 엄씨가 과반수 이상 득표를 얻어 당선된 것처럼 꾸몄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비리를 모두 밝혀내 지난 7월21일 법원으로부터 엄씨의 직무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현재 관리인 선임무효 확인 소송의 확정 판결 전까지 직무대행 변호사가 선임된 상태다.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안산법원은 결정문에서 엄씨는 (구분소유자)김아무개씨 등 17명의 위임장의 필체, 각 구분소유자가 제출한 의견서, 이에 대한 채무자의 대응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해당 위임장은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GIDC 비대위 측은 "시행사는 GIDC를 분양해 수천억을 벌었음에도 특수관계사인 관리회사를 심어놓고 건물 관리를 통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는 엄연한 불법"이라면서 "건물의 공용 공간의 하자에 대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들은 시간을 끌어 챙길 수 있는 이득만 챙겨 떠날 생각인 듯"이라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이어 "한영에셋이 관리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법원에서 선임해준 직무대행 변호사가 오면 그간 한영에셋의 자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영에셋은 입주 초기부터 자신들의 사람들을 앞세워 끊임없이 비대위의 일거수일투족을 방해해왔다. 감추고 싶은 것이 무엇이길래 관리권을 넘겨주지 않는 건지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씨 등이 정부(LH) 토지를 되파는 방식으로 상업화한 뒤, 사업목적과 다르게 일반분양해 수천억 원의 수익을 거머쥔 것도 모자라 하자보증금까지 넘보려다 막힌 셈이다. 

광명역세권에 디자인·LED지식산업 집적단지 조성과정에서 민간 업자가 사업권을 탈취해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GIDC 사진과 재무제표 자료 ⓒ서상준, 최연훈 기자
광명역세권에 디자인·LED지식산업 집적단지 조성과정에서 민간 업자가 사업권을 탈취해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GIDC 사진과 재무제표 자료 ⓒ서상준·최연훈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GIDC 시행사 정씨 등이 얻은 수익은 재무제표상 1655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수익은 최소 3000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주장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체 대표는 "당초 사업목적에 맞게 디자인기업 위주로 정상 분양했더라면 상상도 못할 수익"이라며 "편법 분양한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며, 시공사·시행사 직원들도 최소 이익이 3000억 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기자는 구분소유자들과의 분쟁 중인 한영에셋 측에 관련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답변을 피했다. 

GIDC는 연건평 8만2000평에 지하 5층~지상 28층, 3개동에 지식산업센터와 상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평가액만 1조50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씨는 당시 벌어들인 수익을 유동화해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도 시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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